가장 먼저 폭파한 것은 취재진이 있는 관측소에서 왼쪽 45도 방향으로 보이는 2번 갱도였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총 5차례의 핵실험을 했던 곳이라고 북측은 설명했다.
오전 11시쯤 북측은 취재진에게 촬영준비가 됐는지를 확인한 뒤 곧바로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3, 2, 1!" "쾅!"
카운트가 끝나자마자 만탑산을 흔드는 묵직한 굉음과 함께 입구 쪽에서 흙과 바위가 무너져 내렸다. 이어 관측소를 폭파하자 굉음과 함께 아래쪽 계곡으로 짙은 연기가 몰려 내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북측 관계자는 "오전에 예견했던 북쪽갱도(2번 갱도) 입구와 측정실 폭파가 아주 성과적으로 끝났다"며 "매우 성공적이었다. 갱도입구는 완전히 막혔다"고 평가했다.
공동취재단은 2번 갱도 폭파 후 군용 위장막 아래에서 샌드위치와 평양배, 사과로 점심식사를 했다.
앞쪽의 군 막사 처마에 제비집이 있는 것을 발견한 취재진이 "제비가 방사능에 민감하지 않냐"고 이야기하자 북한 관계자는 "그만큼 방사능이 없다는 이야기다. 개미도 방사능에 민감한데 엄청 많다"고 답했다.
두번째로 폭파된 건 4번 갱도였다. 북측이 위력이 매우 큰 핵실험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특별히 준비했던 갱도다.
오후 1시 47분 취재진은 산 중턱의 두번째 관측소에 도착했고 2시 17분 4번 갱도가 폭파됐다. 폭파 직후 위쪽의 흙과 암석 파편들이 앞쪽 길까지 쏟아져 나왔다.
인근에 위치한 생활건물 5개동과 관측소도 1초 간격으로 차례로 폭파됐다.연속적으로 큰 굉음이 들리고 거대한 구름이 일어날 정도로 큰 폭발이 일어났다.
이후 3번 갱도 폭파가 바로 진행됐다. 북측에 따르면 3번 갱도는 2번 갱도에서 핵실험을 해도 건재했을 만큼 가장 강력하고 큰 갱도다. 취재진이 폭파 전 둘러본 3번 갱도는 얇은 철문 안에 콘크리트로 된 두꺼운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3번 갱도는 취재진이 있는 곳에서 불과 500m거리였다. '쾅' 소리와 함께 역시 흙과 바위 파편이 쏟아져 내렸다. 관측소와 생활건물들도 연이어 폭파됐다. 북측 관계자들은 "모두 성과적으로 끝났다" "축하한다"는 말을 무전으로 주고받았다.
강 부소장은 "핵시험장 폐기는 핵시험장의 모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갱도입구들을 완전폐쇄하는 동시에 현지에 있던 일부 경비시설과 관측소들을 폭파시키는 방법으로 진행되었으며 방사선 물질 누출 현상이 전혀 없었고 주위 생태 환경에 그 어떤 구성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상의 모든 관측설비들과 연구소들, 경비 구분자들의 구조물들이 순차적으로 철거되고 해당 성원들이 철수하는 데에 따라 핵시험장 주변을 완전 폐쇄하게 된다. 핵시험장의 두개 갱도들이 임의의 시각에 위력이 큰 지하 핵실험을 원만히 진행할수 있는 이용가능한 수준에 있었다는 것이 국내 기자들과 국제 기자단 성원에 의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또 "투명성이 철저히 보장된 핵시험장 폐기를 통하여 조선반도와 세계평화와 안정을 위해 기르고 있는 공화국 정부의 주동적이며 평화애호적인 노력이 다시 한번 명백히 확증되었다"고 강조했다.
강 부소장은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는 앞으로도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계, 민주의 꿈과 이상이 실현된 자주화된 새 세계를 건설하기 위하여 세계 평화 인민들과 굳게 손잡고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인 23일 저녁 열차를 타고 원산을 출발한 공동취재단은 이날 오전 풍계리핵실험장 인근 재덕역에 도착한 뒤 재덕역에서 21km 거리를 버스를 타고 이동해 풍계리 핵실험장에 도달했다.
가는 길은 계속 울퉁불퉁한 흙길이었고 가끔 흰색 페인트로 칠해진 집이 여러채 있었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듯 보였다. 핵실험장 인근은 군부대였다.
풍계리 핵시험장 폭파 장면을 취재한 취재진은 24일 오후 6시 27분 다시 재덕역에 도착해 열차에 탑승한 뒤 원산으로 출발했다. 25일 오전 원산 프레스센터에 도착한 취재진은 아침식사 후 갈마지구를 견학한 뒤 내일 11시 베이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한편 공동취재단은 원산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북미정상회담 취소 소식을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 관계자들도 한국 기자단의 컴퓨터 앞에 모여 남측 신문으로 함께 이 소식을 보며 관심을 보였다.
"전쟁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취재진의 말에 북측 관계자는 "일단 호텔(원산)로 돌아가면 그간 진행된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