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막판에 한국 기자단 수용한 이유는?

- 한미정상회담 결과 보고 결정한 듯
- 정부도 방북 가능성 접지 않으며 긍정적 시그널 보내
- 김정은 위원장의 구두 약속 어기는 것 부담됐을 듯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서울공항에서 정부 수송기를 이용해 북한 강원도 원산으로 출발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남측 취재진들의 방북을 극적으로 허용했다. 북한은 23일 오전 판문점 연락채널이 열리자마자 명단을 받았다.

전날 베이징 공항에서 대기하다가 전세기에 탑승하지 못하고 다시 귀국한 우리측 취재진들은 우여곡절 끝에 방북길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사실 변화의 분위기는 전날 밤부터 감지됐다.

통일부는 22일 밤 늦게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며, 북측이 명단을 수용하면 남북 직항로를 이용할 구 있다"고 상기시켰다.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북한 노동신문 기자가 취재진에게 "내일까지 기다려보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부분도 의미심장하다.

북한은 왜 우리 정부의 애를 태우다가 막판에 남측 기자단의 명단을 받아들였을까?

우선,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에 나서자 북측도 남측 기자단의 취재 허용으로 화답했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미정상회담에 대해서 나름대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적인 역할과 노력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캡처)
실제 문 대통령은 "조건이 맞지 않으면 북미정상회담을 안 할 수도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정상회담 개최 필요성 대해 진지한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기자들이 이미 원산으로 떠난 이후에도 우리 정부가 가능성을 접지 않고 물밑에서 준비했던 것을 보면, 북한이 이미 남측 취재진들의 허용 여부를 한미정상회담 이후 유동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아울러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참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직접 언급했기 때문에 최고 지도자들끼리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압박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구두로 약속하고 한국 취재진을 초청한 것을 다시 번복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무진 교수는 "우리 정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는 충분히 됐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차후에 따질 것은 따지더라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판단해 늦게라도 수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극적으로 성사된 남측 취재진 방북을 계기로 주춤하고 있는 남북 관계가 다시 개선될지도 주목된다.

통일부 백태현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우리 공동취재단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참석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시작으로 북미정상회담과 각급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조속히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 대변인이 언급한 '각급 대화'는 북한의 반발로 무기한 연기된 남북고위급 회담을 비롯해 6.15 남북공동행사 협의와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할 적십자회담 등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를 논의할 각종 남북대화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내심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행스럽다. 북측과는 여러 경로로 계속해서 소통을 하고 있다"며 북한의 남북대화 중단 경고 이후 물밑에서 조율 작업이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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