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 개헌안은 이미 부결된 것과 진배 없는 상황이다. 지난 4월 위헌 판정을 받은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6월 개헌안 처리도 사실상 물 건너 갔기 때문이다.
부결이 불보듯 뻔한 대통령 개헌안이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는 것에 야3당은 반발하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24일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당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22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당은 대통령이 개헌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부당한 표결이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본회의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다만, 바른미래당은 불참 쪽에 좀 더 무게 중심을 두는 분위기다.
바른미래당 고위 관계자는 "한국당의 불참이 거의 확정되는 상황에서 다른 야당만 본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이 좋지 않다"면서 "23일 의원총회에서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당 이용주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 참석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대통령이 개헌안을 철회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야당에서는 정의당만 유일하게 본회의 참석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석 대변인은 "아직 당론으로 참석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린 것은 없지만 국회가 절차대로 본회의를 개의한다면, 불참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미 실효성이 없는 개헌안을 표결하는 것과 관련해 각 의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야3당뿐만 아니라 정세균 국회의장도 간접적으로 청와대에 대통령 개헌안 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고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의장이 청와대에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해달라는 뜻을 비공식적으로 전했다"고 말했다.
개헌안 표결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는 192명(총 288명 중 2/3명)이다. 한국당 소속 의원 113명만 불참해도 의결정족수가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상황으로는 본회의 표결이 무의미한 셈이다.
청와대가 국회의장과 야3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헌안을 철회하지 않는 이유는 개헌무산의 책임이 국회에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 공약을 지키겠다고 수차례 밝혀 왔고,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무산된 직후에는 직접 유감 메시지를 작성하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당도 24일 본회의에서 대통령 개헌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국회는 헌법 준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국회가 잘못된 관행을 반복하면서 헌법을 무시하면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 개헌안 처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당청이 24일 개헌안 처리를 밀어붙일 경우, 야권도 강하게 반발하면서 40여일 만에 정상화됐던 국회가 다시 한 번 파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24일 본회의에서 개헌 처리와 관련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경우를 두고 두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반 법안이 '투표불성립'으로 처리되는 경우에 국회에 자동으로 계류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대통령 개헌안도 국회에 계속해서 계류될 것이란 해석과 개헌안은 헌법 규정상 '60일 이내에 표결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므로 6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다만, 전자의 해석처럼 국회에 계류된다고 해도 사실상 부결된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대통령 개헌안이 다시 국회 본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