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북한에 대반격 빌미 준 폭격기 B-52 유감

폭격기 한대가 잘나가던 남북미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른바 융단폭격의 대명사,폭격기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B-52이다.

B-52는 1952년 첫 비행에 나선 뒤 60년 넘게 운용되고 있는 세계 최장수 폭격기로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랜서와 B-2 스피릿 폭격기와 함께 미 공군의 전략자산으로 꼽힌다.

B-52는 폭탄 31톤을 실을 수 있고 속도도 시속 1000km에 달해 기동성도 확보했다. 특히 고도 18킬로미터까지 높이 올라갈 수 있어서 미사일로 요격하기가 쉽지 않다.

B-52에는 핵폭탄도 탑재할 수 있어서 대륙간탄도탄, 잠수함발사미사일과 함께 미국이 보유한 3대 핵 반격수단으로 꼽힌다.

북한은 이 폭격기가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에 참여한다며 돌연 고위급회담을 중지하고 한국기자들의 풍계리 핵실험장 취재를 무산시키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에 한미 국방부는 맥스선더 훈련에 이 폭격기의 참가계획이 처음부터 없었다고 밝히는 등 북한을 달래며 사태를 진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폭격기는 지난 17일 맥스선더가 아닌 미일 연합훈련에 참여하면서 한반도 인근해역을 날았던 것으로 알렸졌다.

카디즈(KADIZ) 즉 한국방공식별구역에는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떻든 미국으로서는 전략자산 전개에 상당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결국 연합인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에 대해서도 예년수준이면 이해하겠다던 북한은 가만히 이를 지켜보다가 미국 또 한국을 향해 발끈하면서 '북미회담 재고려'라는 강펀치를 날렸다.

미북회담과 남북관계 '시계제로'로 빠져든 형국이다. 국면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수 없지만 이를 계기로 북한은 자신들의 핵시험장 폐쇄 등 선제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한미는 상대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자신들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맥스선더 훈련에 B-52가 참여한다는 여러차례의 국내 보도에도 모르는척 묵묵부답이었던 국방부는 뒤늦게서야 이 폭격기가 당초부터 올 계획이 없었다고 하는 등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동맹국의 전략자산 움직임을 일일이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었지만 미국 언론에서는 B-52가 참가하는 한미일 훈련에 한국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B-52와 관련된 한미의 입장과 대응이 혼란스럽고 석연치 않다.

미국은 전략자산에 집착하고 우리 국방부는 미국에 끌려다니다가 비핵화 압박 코너에 몰려 빈틈을 노리던 북한에 허를 찔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맥스선더 훈련에 B-52가 참여할 것이라는 보도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잠자코 있다가 미일 연합훈련에 이 폭격기가 올 것을 알고는 즉각 거세게 판을 흔들고 나선 북한은 결코 호락하지 않으며 대단히 전략적이고 협상의 고단수임을 다시금 일깨웠다.

그렇더라도 고위급회담을 수락하고 한국취재진에게 풍계리 핵시험장 폐쇄 현장취재를 허용했다가 손바닥 뒤집듯 무산시키는 등의 행태는 북한 스스로 신뢰를 깎아내리는 것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몰래 전략자산을 밀어붙이다 속내를 들키고선 북한의 반격에 허둥대는 듯한 한미는 웬지 불안하고 어설퍼 보인다. 저러다 결국 북한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협상에서는 압박도 중요하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진정성이 큰 힘을 발휘하면서 막힌 국면을 뚫어내는 경우도 많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미의 공동발전이라는 큰 판이 깨지지 않기를 바란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