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뉴스 파워인터뷰(CBS TV, 5월 16일(수) 밤 9시 50분)
■ 진행 : 박성석 선임기자
■ 대담 : 박흥수 철도정책 객원 연구위원(사회공공연구소)
◇박성석> 안녕하십니까?
◆박흥수> 네, 안녕하십니까?
◇박성석> 위원님께서는 23년 경력의 현직 철도 기관사이시죠? 최근에 ‘시베리아 시간여행’이라는 바로 이 책인데, 책을 내셨어요. 이 책에는 좀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나요?
◆박흥수> 그 ‘시베리아 횡단열차’라는 대륙을 횡단하는 열차를 직접 타고요. 유럽 독일 베를린까지 가면서 그 횡단열차가 품은 도시들, 또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박성석> 네, 그 안에서 북한사람들도 만나고 이런 에피소드들이 많이 담겨있죠?
◆박흥수> 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 4일 동안 계속 타게 되는데요. 열차 안이라는 닫힌 공간, 탈출할 수 없는 공간에서 우연치 않게 만난 북한 노동자들과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하고 서로 경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눈 녹듯이 경계심이 사라지고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 또 아쉬운 작별까지의 사연들을 너무 기록하고 싶어서 이 책에 담았습니다.
◇박성석> 지난달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연결하기로 남북이 합의를 했죠? 이 경의선이 연결된다면 북한을 통해 중국 단동, 또 러시아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거죠?
◆박흥수> 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최우선 과제로 경의선 동해선 연결을 합의를 했거든요. 그런데 그 경의선 같은 경우는 지금도 바로 운행이 가능합니다. 2007년까지 북한 봉동지역까지 열차가 운행이 됐었고요. 그런데 이 경의선 노선,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이 노선을 따라가면 이게 바로 ‘손기정 루트’입니다.
옛날에 1936년도에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딸 때, 서울역에서 단동을 넘어서 하얼빈 거쳐서 만주 거쳐서 치타, 이르쿠츠크, 모스크바, 베를린 이 행로로 갔는데 섬으로 갇혀있었던 대한민국이 드디어 어떤 대륙의 기운을 받고 유럽까지 연결되는 철의 실크로드가 열리는 굉장한 대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석> 남북철도가 연결되고 달리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측면도 극복해야 될 과제들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점들을 좀 해결해야 될까요?
◆박흥수> 남북한의 열차운행에서 가장 중요한 궤도 간격은 남북한, 중국이 같습니다. 그래서 상호 운행하는 데에는 사실 큰 문제가 없는데, 문제는 현재는 전기철도인데 북한의 전력사정이 굉장히 나쁩니다. 또 하나는 북한의 선로 사정도 굉장히 낙후돼 있어서 현재 제대로 열차가 일반적인 운행속도를 낼 수 없는 그런 한계가 있고, 그것 때문에 북한철도 개량사업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박성석> 개보수를 거쳐서 열차를 운행하기까지 어느 정도 기간이면 해결할 수 있을까요?
◆박흥수> 사실 2007년까지도 남북 간에 열차 운행이 됐기 때문에요. 그동안 단절됐던 선로상태를 점검하는 게 필요하고요. 그 점검결과 일단 저속으로라도 운행을 할 수 있으면, 바로 할 수 있고요. 또 운행과정 속에서 개보수를 계속 한다면 가능하면 올해 안에도 북한당국이 승인만 해준다면, 개성까지 또는 평양까지, 또 평양에서 베이징까지 국제열차는 이미 다니고 있으니까요. 그 선로를 이용할 수 있다면 베이징까지도 이 시험열차를 운행할 수 있고요. 이걸 또 정기화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성석> 남북철도가 연결된다면 평양까지, 또 신의주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박흥수> 지금 조금만 더 개량하고 보수를 한다면, 만약에 한국에서 새마을호나 무궁화호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운행조건을 확보한다면 평양까지도 한 세 시간, 평양에서 신의주까지는 한 네 시간에서 여섯, 일곱 시간 정도면 신의주에 당도할 수 있는, 그래서 과거에 농담처럼 했던 ‘평양에서 평양냉면으로 점심 먹고, 신의주에 오후에 도착’할 수 있는 그런 열차 운행 시간이 확보되는 거죠.
◇박성석> 경의선 철도 복원의 의미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박흥수> 이것 비단 남북 간의 전쟁 위협을 해소하고 평화를 확 되찾는 것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과도 물론이고 여러 가지 사회적 효과가 있겠지만, 저는 무엇보다도 일단 갇혀있던 상상력이 무한대로 확장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겠나 이런 생각을 하는데요.
섬 아닌 섬에 살아서 상상력마저 갇혀 있었는데, 이제 대륙으로 연결되는 그런 철도 노선을 통해서 남북이 서로 그 철도 노선에 의지하고 협력하고 소통하게 된다면, 정말 21세기의 세기적 사건이 한반도에서 펼쳐지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박성석>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박흥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