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남북한 혜택 없다" 깊어지는 단일팀 고민

'아시안게임에서도?' 이달 초 스웨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극적으로 단일팀을 이룬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일본과 4강전을 마친 뒤 한반도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사진=대한탁구협회)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이 예상보다 적은 규모로 이뤄질 전망이다. 당초 7개 종목에서 단일팀을 희망했지만 1~2개 선에서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단일팀을 추진 중인 종목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13일(현지 시각) 스위스 로잔에서 셰이크 아흐마드 알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과 만나 남북 단일팀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단일팀에 대한 엔트리 증원 등 배려는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면담을 마치고 14일 귀국한 이 회장은 "스포츠 공정성이 훼손되거나 우리 선수단에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원칙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단일팀에 대한 엔트리 증원에 따라 다른 국가들이 제기할 불공정성 논란과 그동안 훈련해온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원칙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단일팀이 추진되기는 한다. 엔트리 증원이 없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종목에 한해서다. 여기에 개·폐회식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도 이뤄진다. 이 회장은 "아시안게임은 남북 공동입장과 최소한의 단일팀이 구성되지만 체육회에서는 향후 국제대회의 남북 공동입장과 합동훈련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아시안게임 단일팀은 40개 종목 중 최대 7개 종목까지 추진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에 나온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진출해 민족의 슬기와 재능, 단합된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하자'는 내용에 따라 탁구와 농구, 유도, 정구, 하키, 카누, 조정 등 7개 종목이 긍정 의향을 밝혔다.

하지만 OCA가 단일팀의 엔트리 증원을 불허하면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적용된 엔트리 증원이 아시안게임에서는 이뤄지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기존 엔트리에서 단일팀을 이룬다면 제외되는 선수가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다.


이기흥 대한육회장(가운데)이 13일(현지 시각) 스위스에서 셰이크 아흐마드 알사바 OCA 회장(오른쪽 두 번째)과 아시안게임 관련 면담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체육회)
각 종목들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엔트리 증원을 기대했지만 무산되면서 셈법이 더 복잡하게 됐다.

정구가 대표적이다. 당초 대한정구협회는 아시안게임 단일팀에 적극적인 입장이었다. 스포츠를 통해 남북 화해 무드에 일조하자는 목적도 있지만 비인기 종목인 만큼 차제에 정구 붐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엔트리 딜레마에 빠졌다. 정구계 관계자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정구는 남녀 단식과 혼합 복식, 단체전이 치러진다"면서 "단일팀을 구성한다면 5명 엔트리 중 2명을 북한 선수로 채우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되면 대표 선발전 4, 5위 선수들이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단 이들 선수에 대한 보상안도 제시됐다. 이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에 빠지게 되는 선수들에게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우선권을 주는 방안"이라면서 "세계선수권이 연금 점수가 더 높아 오히려 반기는 눈치"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들이다. 이 관계자는 "선발전 1~3위 선수들이 나서게 되는데 만약 북한과 단일팀을 이루면 성적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면 이 선수들이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짚었다. 한국 정구는 세계 최강으로 꼽히지만 북한의 전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대해 정구협회는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지만 협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된 부분은 없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이어 "엔트리 증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단일팀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라면서 "체육회 쪽에서 OCA의 방침에 ㄷ해 공식적인 지시가 오는 대로 단일팀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강!' 한국 정구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2015년 인도 뉴델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7개 종목 중 6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역대 원정 최고 성적을 올린 뒤 시상식에 참석한 모습.(자료사진=대한정구협회)
탁구 역시 암초를 만났다. 탁구 대표팀은 이달 초 스웨덴 세계선수권 여자 단체전에서 극적으로 단일팀을 이뤘다. 당시 국제탁구연맹(ITTF)은 한국 5명, 북한 4명 등 출전 선수 모두 단일팀 엔트리에 오를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이런 조건으로 팀 구성을 기대했던 대한탁구협회다. 박창익 협회 전무는 최근 "남북한 5명씩 10명이 구성되면 단체전에 3명이 출전하기 때문에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기력을 만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선수권 4강전에서 북한 김송이가 일본 에이스 이시카와 카스미와 선전을 펼친 것도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에서는 이런 엔트리 혜택이 없다. 정해진 단체전 5명 엔트리에 따라 남북 선수들을 추려서 구성해야 한다. 현재 대표팀에서 빠지는 선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협회는 6월 북한 평양오픈과 대전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 등을 통해 북한협회 측과 단일팀 구성 논의를 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메달에 부담이 덜한 카누 등 일부 종목에서만 단일팀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처음 펼쳐지는 국제종합대회인 아시안게임. 원칙을 강조한 OCA의 결정 속에 과연 남북 단일팀이 얼마나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