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과거 핵을 포기했던 리비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카자흐스탄 등의 사례가 거론되면서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방식을 어떻게 구체화할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선(先) 핵포기, 후(後) 보상' 리비아식
지금까지 가장 많이 언급된 비핵화 방식은 '리비아식'이다. 리비아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 핵 해결의 모델로 가장 먼저 염두에 뒀던 방식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취임 이후 리비아 모델을 강하게 밀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리비아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국교 정상화와 원유 수출 제재 해제 등 경제 지원으로 보답했다.
미국의 현 대북 정책도 마찬가지다. 선(先) 핵폐기하면 후(後) 관계 정상화와 경제 지원 방식이 트럼프 행정부의 스탠스다.
미국은 북한이 먼저 신속하게 핵폐기 절차를 마무리하면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이 보상과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이른바 '일괄타결식' 해법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리비아와 북한은 상황이 다르다. 리비아가 핵 개발 초기 단계였던 반면 북한은 핵은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까지 거의 90% 이상 '고도화'한 상태다.
핵 개발 단계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는 만큼 접근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자발적 비핵화 '남아공식' 경제 보상 없어
남아공은 1975년 쿠바군의 앙골라 주둔으로 안보위협이 고조되자 핵 개발에 나섰다. 이후 소련 붕괴로 안보 상황이 개선된 반면 흑백 인종차별로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자 남아공은 1993년 핵 포기를 선언했다.
당시 남아공의 결정은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자발적 핵포기로 평가된다. 2년 반에 걸쳐 빠르게 핵 폐기가 진행됐지만, 국제사회의 경제적 보상은 별도로 없었다.
이 때문에 정상회담 의제를 둘러싼 북미간 신경전이 고조될 당시 미국이 신속한 자발적 핵폐기를 의미하는 남아공 모델을 북한에 요구하고, 이에 대해 북한이 반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북한의 핵 개발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경제적 보상이 없다면 협상이 쉽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 핵무기 해외서 폐기, 경제 지원 '카자흐스탄식'
카자흐스탄은 1991년 옛 소련 붕괴와 함께 갑작스럽게 핵무기를 물려받게 됐다. 스스로 원해서 핵을 가진게 아니었다. 이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압박을 받게 되자 카자흐스탄은 1992년부터 1995년까지 핵무기 1000여기와 전략폭격기 등을 러시아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샘 넌, 리처드 루가 전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넌-루가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적으로 지원했다. 옛 소련 붕괴 후 러시아와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핵 폐기에 따른 기술과 자금 지원을 받았다.
미국은 핵 개발에 동원된 과학자 등 인력을 대상으로 전직(轉職) 훈련과 직장 알선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노하우가 다른 나라와 세력에 넘어가는 것을 막고자 했다.
다만 카자흐스탄식의 경우 폐기 대상 핵무기가 자체 개발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북한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11일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상황마다 독특한 요소들이 있는 만큼 특정 방식을 뭉뚱그려 북한에 적용한다고 말하는 건 어폐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에 맞는 맞춤형 비핵화 모델, 북한식 방식을 마련하는게 해법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