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살라미 전술 없다…"핵폐기 방향성과 의지 내보여"

"단순 폐쇄 봉인 아닌 불능화 넘서어는 폐기로 봐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사진=38노스 홈페이지 캡처)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언론 공개 방침에 대해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진행시키며 보상을 받는 이른바 '살라미식 전술'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오는 23일부터 진행되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갱도들을 폭파·함몰시키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조선중앙통신은 "핵시험장 폐기는 핵시험장의 모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입구들을 완전히 폐쇄한 다음 지상에 있는 모든 관측설비들과 연구소들, 경비 구분대들의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또 핵시험장 폐쇄와 동시에 연구인력과 경비병력도 모두 철수시키고 이 과정을 기존에 밝힌대로 언론에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핵실험장 폐쇄가 아닌 폐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이번 조치는 핵실험장 폐쇄가 아닌 폐기라고 발표됐다"며 "모든 갱도를 폭발시킨 후 입구를 폐쇄하고 주변 관련시설을 철수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는 단순한 폐쇄 봉인 동결조치가 아니라 불능화를 넘어서는 폐기로 봐야한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라는 상징적인 조치로 핵폐기의 방향성과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서 이른바 살라미식(얇게 썰어먹는) 전술로 비핵화를 지연시키려 한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를 함으로서 미국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도 크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한 말은 지킨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이 선제적으로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보이는 만큼 미국도 결단을 하라고 촉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 미국, 한국, 영국 등의 취재진에게 핵실험장 폐쇄과정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전문가 초청은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앞서 지난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때 취재진과 전문가들도 초청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에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으로 초청하겠다고 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때 한미는 물론 국제사회에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면서 "핵실험장 폐쇄현장에 유엔이 함께해 폐기를 확인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은 12일 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행사 일정을 발표하면서 '전문가 초청'을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의 이 같은 전문가 참석 배제 움직임은, 우선 북미정상회담의 사전 조치라고 할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폐기 의미보다는 북한의 핵능력·비핵화 검증에 초점이 쏠리는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이은 북미정상회담 비핵화 합의를 거쳐 검증절차가 있는 만큼 그때 가서 검증을 하면 된다는 인식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능력이 노출되면 비핵화 협상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무진 교수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며 "전문가들을 초청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단지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인지 조금 더 지켜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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