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구글에서 미국 언론을 검색하면 'PVID' 대 'CVID'의 '차이'을 비교하는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상당수 한국언론은 그 단어의 '차이'를 비교하며 북미간 갈등도 그에 상응하는 만큼 아주 심각한 것으로 전했다..
사실 두 명제는 비슷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우선 형용사 '영구적'과 '완전한'에서 어느 것이 우열적으로 강한 어감이냐는 것인데 둘다 도긴개긴이다.
문정인 교수는 "PVID나 CVID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불가역적인'( irriversable)란 말에 '되돌릴 수 없는'이란 뜻이 함돼 있기때문에 굳이 '영구적'이란 말을 넣었다고 달라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PVID'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취임사에서 처음 언급한 것이다.
어쩌면 그는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를 더 강조하려고 '단어'를 달리했는지 모른다.
수면아래에서 북미간 기싸움은 분명히 있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북한이 담당할 '비핵화 책임'만 몰아붙이고 그에대한 '상응조치'는 언급하지 않는데 대한 강한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그 결과로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롄에서 전격적으로 2차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분석한다.
2차 북중정상회담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범위의 것이었다.
판문점에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직후, 시진핑 주석은 왕이 국무위원을 평양에 급파했다.
또한 시 주석은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 6월 중 평양을 방문하는 것으로 이미 지난 3월 28일 1차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사전교감이 있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북한 지도자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비행기를 몰고 황급히 다롄으로 달려갔다.
왕이 국무위원 차원이 아닌 북중 정상간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안이 생긴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남북 정상이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올해 안에 추진하기로 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고, 북한은 그에대한 설명과 함께 미국이 '상응조치'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데 대한 중국의 지원이 절실했던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중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발표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중국의 신화통신 보도는 이를 뒷받침한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조선반도 주변정세 추이에 대하여 분석평가하시고 전략적 기회를 틀어쥐고 조중사이의 '전술적 협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치밀하게 강화해나가기 위한 방도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말씀하시였다"고 보도했다.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논의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진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양국간 '전술적 협력'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발언이다.
반면 중국 신화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은 북한 측의 시종일관한 명확한 입장이다. 관련 부문들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과 안전위협을 제거하기만 하면 북한 측은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고 비핵화는 실현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김정은 위원장이 절실히 요구하는 '상응조치'를 명확하게 지지하고 있다.
이러한 외교적 노력의 결과인지 북한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을 통해 '상응조치'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상당히 명쾌하게 전달받은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의 2차 평양 방문이 끝난 직후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며 적극적으로 칭찬릴레이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전달받고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만족한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갖고 북미정상회담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감사를 표시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맞장구를 쳤다.
억류자들을 전격 석방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억류자들)을 회담 전에 석방해줘 김정은 위원장에게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사의를 표시했다.
또 "김 위원장이 그의 나라를 현실 세계(the real world)로 이끌고자 한다"고 극찬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했다는 이른바 '새로운 대안'은 두 정상간 칭찬 릴레이 속에서 대단히 주목을 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대안'은 미국이 비핵화의 상응조치로 북미관계를 정상화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북미 적대관계에 종지부를 찍자는 의미로 분석된다"고 말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새로운 대안'을 북측에 설명하면서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적국이었다"며 "세계를 향한 이런 위험을 치워버리자"고 말했다.
변화무쌍한 외교전을 통해 김 위원장이 미국으로부터 간절히 듣기 원했던 대답이다.
무엇보다 희망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또 하나 있다.
그는 워싱턴DC 부근 엔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석방된 미국인 3명을 환영하며 이렇게 밝혔다.
"나의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은 우리가 전 한반도를 비핵화할 때가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짐'이라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