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통해 美에 메시지 보낸 김정은, 한반도 역할 확보한 시진핑

40 여일 만에 파격 회동으로 서로 원하던 것을 얻어낸 윈-윈 회담될 듯

40여일 만에 중국 재방문이라는 파격 행보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미중 균형외교 모양새까지 갖추며 돌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는 효과를 거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짧은 기간 내에 김 위원장을 두 번이나 중국으로 불러들이는데 성공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있어 아직까지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전세계에 인식시킬 수 있었다.

◇ 김정은, 시진핑 통해 美에 메시지 전달

중국 관영 CCTV는 지난 7~8일 김정은 위원장이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을 방문해 역시 다롄을 방문한 시 주석과 만났다고 8일 보도했다. CCTV가 소개한 대화에서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북한의 확고부동하고 명확한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련국들이 대북 적대시 정책과 안전 위협을 없앤다면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고 비핵화는 실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화 상대방은 시 주석이었지만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부각시킬 수 있게 됐다. 또 “관련국들이 대북 적대시 정책과 안전 위협을 없앤다면”이라며 단서를 달아 최근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대북 압박 기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는 "시 주석과의 회동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거듭 표명한 것은 미국을 향해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협상 과정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에 부닥치자 중국과 접촉을 통해 미중의 균형점을 맞추려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미국은 북한 핵뿐 아니라 대량살상무기의 영구적 폐기(PVID·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목표로 내세우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던 터였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방중을 통해 중국이라는 우군을 확보하고, 시 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북한의 변화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출하는 계기로 삼았다"고 평가했다.

◇ '차이나 패싱' 불식시킨 시진핑 ‘중국 역할’ 강조 효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회동으로 무엇보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희미해진 중국의 존재감을 다시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관영 CCTV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 회동에서도 "관련국들과 함께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고 역내 영구적 평화를 실현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길 원한다"며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지난 3월 말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방중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목적이었을 뿐, 북중 관계 회복을 확신할 수 없다던 일부 비관론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파격적인 회담이 공개되자 중국 매체들도 환영일색이다. 인민일보 해외판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협객도(俠客島)는 8일 "최근 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의 간격이 매우 짧고 회담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며 "양국 최고 지도자가 이렇게 자주 회담하는 것은 그 의미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求時報)는 김정은 방중 소식이 전해진 뒤 내놓은 사설에서 “양국 정상의 빈번한 만남은 한 번씩 오고가는 통상적인 외교안배에 결코 머물지 않았고 북중 관계가 신속히 회복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양국 고위급 정치의 신뢰가 크게 한걸음 내디뎠음을 보여줬다”며 찬사를 보냈다.

김 위원장의 두 번에 걸친 방중이 향후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 시 주석이 더욱 활발한 행보를 펼칠 수 있도록 여지를 만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북한이 중국의 행보를 어느 선까지 용납할 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향후 있을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제 구축에 있어서 중국이 참여하는 남·북·미·중의 4자회담 체제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비핵화 논의 과정에까지 중국이 간여하는 구도는 북한이 원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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