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열리던 지난달 27일 곳곳에서 국민들은 생중계 화면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박수를 쳤다. 역사적 회담에 국민들의 성원이 높았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에 긍정적인 응답이 약 90%였다. 대통령의 지지율도 남북정상회담 이후, 4개월만에 70%대를 회복했다.
이번 '판문점 선언'은 북한과의 이전 합의보다 진일보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무엇보다 정상회담 최대 현안이었던 '비핵화'가 '남북 공동의 목표'로 언급됐다. 11년 전 10·4 공동선언문에도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의미 있는 내용들이 담겼지만 '비핵화'는 직접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추진 관련 내용도 담겼다. 이산가족 상봉의 구체적인 일자가 합의됐고,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도 전격 결정됐다. 6·25전쟁 이후 북한 지도자 중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문 대통령과 깊은 교류를 나눴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이후 일부 정치권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듯한 모습이다. 민심을 제대로 읽기는 커녕 오히려 '낯뜨거운' 색깔 공세가 무성하다.
민족자주 원칙이 박정희 정권 당시 '7·4남북공동성명'에도 들어 있는데 그럼 박정희 정권 때도 주사파가 있었다는 얘기냐"는 지적이 나오자 "공부 좀 하라"며 '벌컥' 역성을 냈지만,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댓글조작 규탄 및 특검 촉구대회'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아무런 성과도, 내실도 없는 회담"이라고 혹평했다. 특히 "자기네 패거리들만 만찬장에 불러 자신들만의 잔치를 하며 김정은에게 아양을 부렸다"고 막말을 토해냈다.
한국당은 남북관계 진전에 끝없이 제동을 걸며 남북합의서 체결 비준·공포 절차를 밟아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무시하고 나섰다. 국내 지지율이 90% 가까이 나오는 판문점 선언에 야당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대체 어떤 사안에 협조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남북정상회담 한 번만으로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되지는 않는다. 앞으로 갈 길이 먼 것도 맞다. 하지만 보수 야당의 주장은 '신중론'으로 보기에는 근거가 빈약하다. 오히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색깔론, 정치 공세의 성격이 짙다. 국민들이 자유한국당에 싸늘한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의 야당이 여당이었던 시절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요구했었던 것처럼, 지금이 바로 야당이 '초당적 협력'을 해야할 때가 아닐까. 과거의 실수가 반복될까 두려워 새로운 역사를 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영 전쟁의 비극 속에서 머물러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