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핵심 의제는 당초 ①비핵화, ②평화체제, ③남북관계 개선 등 세 가지였다. 그러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새벽(우리 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미일회담을 통해 '한반도 종전선언'을 언급하며, 핵심 의제로 급부상했다. 평화체제의 좀 더 진전된 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앞에 앉혀두고 남북이 정상회담에서 한국전 종전 논의를 하는데 자신의 축복을 보낸다는 덕담을 건넸다. 그는 또 고위급 수준에서 북한과 직접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며 북미정상회담 진행이 상당 부분 진척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선언 논의 언급을 확인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의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방법, 그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좀 더 궁극적으로 평화적 체제로 발전시켜 나가이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협의하고 있다"며 "물론 우리 생각만으로 할 수 있는게 아니어서 관련 당사국들과 협의에 이르는 과정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종전 선언'을 주요 논의 과제로 올린 뒤 북미정상회담에서 이를 '구체화'하고, 남북미정상회담 등에서 '확정' 짓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말하며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도 이같은 상황을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는 이미 2007년 10.4 선언에도 남북이 합의한 바 있다. 10.4 선언에 이미 '남과 북이 현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하나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과거 종전선언과 지금 얘기되고 있는 종전선언의 의미는 큰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남과 북이 합의했지만, 직접 관련된 미국이나 주변국들의 합의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남북간의 종전선언 논의를 하고 있다는 '천기'를 누설하며 논의가 구체화됐다는 점에 있어서 좀 더 현실적이다.
미국과 북한이 이처럼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보이면서 종전선언 논의는 순조로울 뿐 아니라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가 이달 초 극비리에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것도 이같은 긍정적 전망에 힘을 싣는다.
청와대는 '비핵화'와 '종전선언'이라는 거대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이와 함께 비무장지대의 실질적 비무장화, 우발적 충돌 예방 등 한반도 평화정착 관련 이슈들도 이번 정상회담 의제로 다룰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이 정례적으로 진행되고, 핫라인으로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필요하면 수시로 판문점 회담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관심 사안이다. 이를 중요한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