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북한은 미국과 비밀접촉에서 군사위협과 체제안전 보장의 방안 가운데 미군 철수를 주장하지 않고 '유럽의 합동군사훈련 수준'으로 한미 군사훈련의 축소 또는 조정을 요구하는 등 매우 현실적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미 양국은 아직 결론에 이르지 않았지만 비핵화와 북한의 요구인 체제안전 보장에서 상당한 교감이 이뤄진 것 같다"며 "오히려 정상회담 장소 문제에서 기싸움이 계속 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북한은 비핵화에 상응하는 대가로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 ▶주한미군을 포함한 한미군사훈련 문제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미국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관계 정상화와 관련,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측 대북 특사단과의 면담에서 밝힌 것처럼 "존중해 달라"라는 기본 입장과 함께 북미 수교에 대한 얘기를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은 이념과 제도가 다른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사회주의 나라들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면서도 공화국(북한)에 대해서만은 '국호'를 제대로 부르는 것마저 거부했다"며 70년 넘게 북미 수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 서운함을 종종 표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존중하는 마음으로 협상을 하겠다"고 최근 두번 씩이나 강조한 것도 이와 맥락이 닿는 부분이다.
북한은 또 '뜨거운 감자'인 미군철수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한미군사훈련의 축소 또는 조정 그리고 핵 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을 군사위협 해소방안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은 '유럽 합동군사훈련 수준'의 조정 또는 축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박사도 "두고 봐야겠지만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주둔 가능성을 북에서 인정하면서 비핵 훈련으로 해달라고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미국을 중국에 대한 대항세력으로 이용하려는 북한의 21세기 생존발전 전략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략자산은 핵무기나 핵에 버금가는 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수단으로 흔히 항공모함이나 핵 잠수함, 그리고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와 F-35B 라이트닝Ⅱ,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와 B-52 전투기 등을 말한다.
북한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보장 문제(2016년 평양출판사)>라는 책자에서 "유럽은 합동 군사연습의 규모를 제한하는 조치로 1만 3천명 이상이 참가하는 연습은 연속 3차 이상 하지 못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4만 명 이상의 병력이 참가하는 합동군사연습은 2년에 한 차례 밖에 진행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북한 요구에 대해 미국은 '(북과)협상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비밀접촉을 주도해 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는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는 합의 도달이 가능한지를 결정할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의 (김정은과의) 회담을 통해서 포괄적인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는 착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해 '원샷 해결'은 어렵고 단계별 실행이 불가피함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