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페이스북에는 세 명의 남성 얼굴이 찍힌 사진이 올라왔다. 차량을 훔친 용의자 사진을 피해자가 직접 올려 수배에 나선 것이다.
'#수배'라는 태그와 함께 "오늘 안에 안 나오면 사진 공개됩니다. 두근두근"이라는 글도 있었다.
모자이크 처리된 남성의 얼굴 사진과 함께 "가방 가져가고 안에 있던 신분증으로 핸드폰 개통하신 분, 연락 오래 못 기다립니다"라고 쓰여있었다.
"둔산동 XX 노래방에서 새벽 12시 정도 지갑을 가져갔습니다. 현금이 많이 들어있어서 바로 가져갔어요. 연락주세요 사례할게요"라는 글도 있다. 노래방 폐쇄회로(CC)TV에는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들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
피해자가 직접 용의자의 얼굴이나 신상을 공개해 찾는 이른바 '사적 수배'가 늘고 있다.
개인이 글을 올려 SNS상에 퍼지면 수사에 속도도 붙고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SNS에 '수배'나 '도주', '먹튀', '절도' 등 단어를 검색하면 피해자가 직접 용의자를 찾는다며 호소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찰의 '공개수배'와 달리 피해자가 직접 범인을 잡기 위해 얼굴과 인적사항 등을 공개하는 '사적 수배', 법적으로 문제는 없을까.
이성선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개인이 경찰의 공개 수배처럼 사적으로 수배하는 것은 민형사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장은 "사적 수배는 형사상 명예훼손과 민사상 초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질 가능성이 있다"며 "범인이 맞다 해도 당사자가 문제로 삼을 경우엔 처벌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역시 공개 수배를 하기 위해서는 공공의 이익과 같이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등 엄격하게 관리를 하고 있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통상 공개수배는 지명수배나 지명통보를 한 후 6개월이 지나도 주요 피의자를 검거하지 못할 때 경찰청장이 할 수 있다.
또 사형이나 무기징역, 장기 3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을 때 경찰관 서장이 공개수배를 할 수 있다. 단순사건은 물론 경찰관 단독으로도 공개수배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피해자가 공개한 용의자가 실제 범인이 아닐 경우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 되기 때문에 더 큰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재까지 대전에서는 사적 수배를 당한 당사자들이 문제를 제기해 법적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
이 대장은 "사진과 같은 증거가 있으면 담당 경찰관에게 전달하고, 개인이 해결하기보다는 수사기관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