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과 PK(부산‧울산‧경남)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여야 간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서울권은 전통적으로 '바람의 향배'에 따라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의 명암이 갈려 왔다. PK는 보수의 텃밭이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결과 수도권 못지 않게 요동치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파고들 수 있는 지점은 '51 대 49' 승부에서 한국당의 표심을 잠식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권의 승리에 기여하면서 보수진영이 공멸하는 방식이지만, 대선 패배 이후 코너에 몰린 한국당의 궤멸을 유도함으로써 총선 전 보수주도권을 노린 전략적 선택이다.
◇ 안철수 '깃발' 든 서울…김문수와 '표심 갈림' 현상
바른미래당은 수도권 전반에 걸친 안 위원장의 지지율 견인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6일 여론조사 업체 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에서 서울, 인천‧경기에서 각각 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당은 서울에서 14%, 경기에서 10%를 각각 기록했다. 바른미래당으로선 선거비용 보전 기준인 10%(절반), 15%(전액)에 못 미치는 저조한 수치다.
하지만 안 위원장이란 인물을 대입했을 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8일 발표한 자료에서 안 위원장은 각각 박 시장과 박영선(4선), 우상호(3선) 의원 등을 상대로 한 3개의 가상 대결에서 20% 이상의 지지율을 얻었다.
당 지지율의 2배를 상회하는 수치다. 한국당이 10일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할 예정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같은 3개의 조사에서 15%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안 위원장과 함께 뛰는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회 의원 후보자들로선 현재 지지율을 상회할 득표율을 기대하게끔 하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당선이 목적인 선거의 특성상 안 위원장과 김 전 지사로선 난감한 대목이다. 보수의 표심이 어느 한쪽으로 확 쏠리지 않고 비등비등하게 엇갈리면서 표가 갈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양쪽 모두 민주당과의 '1대 1' 구도의 실현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 같은 판세가 지속되면 민주당에 유리하게 전개되면서 제1야당인 한국당이 서울에서 3위로 밀려나는 파란이 일어날 수 있다. 야권에서 "안 위원장이 홍준표 대표를 제거할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임) 카드가 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고, 수도권 표심의 영향을 받는 경기도의 남경필 지사가 "야권연대가 아닌 중도-보수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텃밭' TK‧PK 표심 향배에 '보수 주도권' 걸려
위험 지역은 PK다. 블러핑(엄포)에 강한 홍준표 대표조차 자체조사 결과를 근거로 부산시장 선거 판세를 박빙으로 분류했다. 한국당 안팎에선 홍 대표의 공식 진단으로 미루어 볼 때 "실제론 PK 전(全)지역이 경합 판세로 흐를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른미래당은 그간 침묵을 깨고 경남지사 공천을 위해 김유근 KB코스메틱 사장을 영입했다. 공동위원장 체제인 경남도당(신성범‧이태규 위원장) 차원에서 물색해 유승민 대표와 안 위원장의 재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PK 가운데 부산에선 이성권 전 의원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고, 울산에선 후보자를 물색 중이다.
바른미래당은 여세를 몰아 TK에서도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낸다는 입장이다. 경북지사 후보로는 권오을 전 의원이, 대구시장 후보로는 김희국, 류성걸 전 의원이 각각 거론된다.
바른미래당의 영남지역 지지율은 최근 한국갤럽 기준으로 12%(TK), 9%(PK)다. 각각 30%, 18%인 한국당에 크게 뒤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으로선 서병수(부산)‧김기현(울산)‧김태호(경남) 후보가 각각 오거돈‧송철호‧김경수 등 민주당 후보와 경합 중인 상황에서 바른미래당에서 5~10%만 잠식해도 판세가 적지 않게 흔들린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고)
홍 대표가 경남지사 선거와 '광역 6석' 등을 재신임의 기준으로 제시했던 것을 감안하면 PK의 표심 분열과 선거 결과는 승패 그 자체보다 보수주도권을 향후 누가 쥐느냐의 의미가 더 커지는 상황으로 귀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