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아동 대변인'이 있다고요?

'상담실적 0건?'…전국 26개 시군구, 상당수 유명무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아동친화도시를 내세운 지방자치단체들의 아동대변인(옴부즈퍼슨) 제도가 상당부분 유명무실하게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드러났다.

◇ 성북구 + 도봉구 + 중구 + 송파구 = 0건

6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따르면 이 단체는 2013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26개 시·군·구를 아동친화도시로 선정해 인증하고 있다.

아동친화도시 선정조건 가운데 하나가 '아동 대변인을 둬야 한다'는 점인 탓에 해당 지자체는 모두 소속 아동대변인을 두고 있다.

대변인은 ▲아동이 권리를 침해당한 사례에 관해 법률적 상담을 해주거나 ▲아동 정책에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 학부모나 아동에 대한 대변인의 법률적 상담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전국 최초로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서울 성북구의 경우 5년간 대변인이 학부모나 아동을 상담한 실적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후발주자였던 도봉구, 중구, 송파구 등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인천 서구의 경우 지난 5개월간 4건의 상담이 이뤄졌으나 그마저도 대부분 내담자를 아동인권센터에 인계하는 수준이었다.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를 당한 뒤 전전긍긍하다 지난 2월 대변인 법률상담을 통해 경찰 해바라기센터를 찾을 수 있었던 학부모 김연주 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씨는 "일반인이 변호사와 상담하는 건 비용도 많이 들고 어려운데 사람들이 이런 제도를 알고 많이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아쉬워했다.

◇ "권리구제보다는 정책적 역할을…"

유니세프 측에서는 각 지자체에 이러한 '권리구제' 측면을 강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동대변인에게 현재 부여된 권한을 고려하면 권리구제보다는 정책적인 역할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도봉구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대변인은 유럽이나 일본처럼 직접 조사권 같은 권한이 없어 역할이 한정돼 있다"며 "그래서 경찰이나 사법당국에 인계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아동인권센터 정병수 사무국장은 "한국형 옴브즈퍼슨은 특정인의 권리구제보다는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며 "아이들의 의견을 듣고 맥락에 맞춰 해석한 뒤 행정에 녹여내고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비롯해 좋은 제도가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희진 아동인권전문 변호사는 "실무자들의 아동인권 교육을 통한 인식 변화도 정책이 정착하는데 중요한 요소"라며 "무엇보다 보여주기식 정책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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