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국민의 품으로" 외쳤던 민주당…'내로남불'?

박홍근 "방송법 부정·말 바꾸기 한 적 없다"지만…野 '강경 압박'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공영방송이 대통령과 여당이 아니라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국회가 법안 논의에 나서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박근혜 정부 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의 처리를 촉구하면서 한 말이다. 2016년 7월 박 의원이 대표발의 한 해당 법안에는 민주당 116명 의원과 국민의당, 정의당까지 모두 162명의 의원들이 서명했다.

이 법안이 4월 임시국회의 길목을 틀어막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범(凡)보수 야권은 해당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임시국회 진행조건으로 내걸었지만, 민주당이 소극적 자세를 취하면서다. 여당이 되자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내로남불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방송법 개정안의 골자는 공영방송(KBS·MBC) 사장 선출 과정에서 여당의 의중이 절대적으로 반영되는 현행 제도를 바꿔 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론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하는 KBS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진을 구성할 때 야당 추천 인사를 지금보다 늘리고, 사장 선출 요건도 현행 재적 이사 과반 찬성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요컨대 야당의 동의 없이 정부 여당이 사장의 임명을 강행할 수 없도록 한 제동장치격의 법안이다.

이를 추진했던 민주당이 동의하면 4월 임시국회를 둘러싼 여야 경색국면이 사실상 풀릴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함께 처리하자며 논의 진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게 야당의 지적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더니 청와대에 들어가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생각이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한국당은 박근혜 정부 때 이 법안 처리를 막아섰다는 점에서 전면전은 삼가는 분위기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내로남불 비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바른미래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여가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원내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김동철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여당이)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는 것은 오만함의 극치"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방통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 법안(방송법)이 통과되면 어느 쪽 거부도 받지 않는 온건한 인사가 사장에 선임되겠지만, 소신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 게 민주당 입장 변화의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유승민 공동대표도 "제가 여당 소속일 때도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공영방송에 하는 일을 보고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며 "(2012년) MBC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의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공영방송 쟁취를 위한 투쟁을 오히려 격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지배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건 우리 대한민국을 후진적으로 바꾸는 작태"라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은 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보좌진까지 참여한 가운데 규탄대회를 열어 "방송은 진보의 것도, 보수의 것도 아니다. 방송은 공공의 것이요, 국민의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법안 대표발의자이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홍근 의원은 이 같은 반발에 대해 같은 날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하거나 말 바꾸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방송법 개정안은 정치권이 여전히 공영방송 이사장 선출에 개입하게 돼 있는 차악 법안이라는 한계를 안고 발의했었다"며 "과거 국정농단 시절 왜곡된 방송환경을 긴급히 시정하려고 했던 법안이라 맹점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위원회에서 법안 심사부터 하자는 것인데 무조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는 것은 앞뒤가 바뀐 상황"이라며 "매번 국회를 제물로 삼는 낡은 행위에 대해 국민은 심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오는 11월로 예정된 차차기 KBS 사장 선출까지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법안 처리를 늦추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가 차기 사장으로 임명되더라도 임기는 지난 1월 해임된 고대영 전 사장의 임기인 11월에 물러나야 해 7개월 만에 다시 사장을 추천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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