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도하고 실신하고 '유별난 에어부산'.. 줄줄이 퇴사

사잇시간 쏙 빼고 비행패턴 살인적…무노조 설움도

(사진=에어부산 제공)
장시간 비행기 탑승노동에 '짧은 비행'을 자주해야 하는 업무특성 때문에 유독 에어부산 승무원들에게 업무상재해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경영진의 성과지향적 성향, 무노조 상황도 에어부산사태에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에어부산 승무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오른 글을 통해 표면화됐고, '해외비행을 마치거나 막 출근한 승무원들이 실신하고, 해외비행을 금방 마친 승무원이 대체인원으로 또 다른 비행현장에 투입되는 일이 에어부산 항공기와 공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항공사간 경쟁이 심해지고 후발 항공사들이 비슷하게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항공 승무원들의 노동강도는 어느 회사할 것 없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사람이 공황장애로 쓰러지고 실신하고 유독 에어부산의 상황이 더욱 심각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에어부산에서는 이미 지난해 중후반부터 이상징후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4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가을부터 (승무원들이)패턴이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해외노선을 많이 늘리면서 밤에 가서 밤에 오는 퀵턴도 있다"고 말했다.

◎ 승무원들 "비행 패턴이 너무 힘들어요"

패턴은 승무원들이 '김포~제주~김포'나 '김해~인천~홍콩'의 연결노선처럼 일정한 비행의 행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패턴이 단순한가 복잡한가에 따라 노동강도가 결정된다. 가령 국내선 비행을 한뒤 연이어 단거리 국제선 비행에 나서게 되는 경우 총 근로시간이 법정범위내라 하더라도 승무원이 느끼는 피로도는 훨씬 크다.

국적항공사 노조 간부였던 A씨는 4일 "에어부산의 스케쥴을 봤더니 휴일이 3년 116일체제로 양대항공사와 비슷하지만, 에어부산의 경우 비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짧은 국내선 비행시간을 합쳐서 80시간을 타게되고 이를 채우려면 굉장히 많은 이착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착륙 때의 스트레스에다 비행 중간 대기시간이 긴 것도 승무원에게는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즉 비행기문을 닫고 엔진시동을 걸때부터 시동이 꺼질 때까지만 비행시간에 포함되다보니 승무원들은 그만큼 노동착취를 받는 상황에 내몰린다는 것.

에어부산 한 승무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긴 노동시간에 쫓기다 보면 바쁘고 몸은 피곤한데 막상 비행 시간은 쌓이지 않아 돈은 적게 받는다"고 푸념했다. 정해진 비행시간을 채워야 하는 구조지만 사잇시간은 비행시간에서 빠지므로 일을 하고도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애어부산 사옥 전경. (사진=에어부산 제공)
승무원들은 이런 사정을 감안해 '장시간노동에 시달린다'고 청원도 하고 항의도 하지만 에어부산측은 "법정근로시간을 제대로 지킨다"고 판에 박힌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 승무원 격무에 허덕 vs 사측 "법정시간 준수" 되풀이

회사측의 인식이 승무원들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도 문제다. 사측은 "쓰러진 직원 4명으로부터 진단서를 받아보니 공황장애 1명, 급체 1명, 반신욕으로 쓰러진 직원 1명이 있어 정말 과로로 볼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인다.

둘째로 회사의 사업기반이 부산이고 주로 이용하게 되는 공항은 김해와 대구공항인 반면 승무원의 거주지는 서울인 경우가 많은 것도 노동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에어부산의 또다른 관계자는 "에어부산은 파일럿 대다수의 집이 수도권이고 캐빈승무원도 수도권 거주자가 훨씬 많은데, 어린 여직원들이 혼자 다니기 힘드니까 수도권 회사의 경력으로 많이 옮긴다. 그러나 빠지는 인력에 대해 제때 충원을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도 이런 이유 때문에 에어부산의 업무강도가 세고 노동환경이 제일 열악한 곳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2017년 한해 동안 에어부산을 떠난(퇴사) 승무원 수가 40명(전체의 8.9%)이나 되는 것도 열악한 근무환경을 반영하고 있다. 육아휴직을 이유로 휴무에 들어간 인력을 합치면 70명이 넘는다.

◎ 힘든 승무원들 줄줄이 퇴사.. 2017년 퇴사자만 40명

에어부산은 타 항공사 대비 구조적으로 노동시간이 길어질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승무원의 대응수단은 조직화돼 있지 않고 회사 경영진도 성과주의에 경도돼 노동조건은 지속적으로 나빠지게 됐다.

에어부산 사태가 여론의 이슈로 부상한 것도 내부직원에 의한 것이지 승무원의 조직인 노사협의회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사내에서는 아예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는 움직임조차 없었다고 한다.

이 회사 대표(한태근)는 아시아나 출신으로 승무업무에 정통했지만 지금껏 열악한 노동조건을 방치해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항공사간 치열한 경쟁속에서도 에어부산은 2010년 이후 내리 흑자를 기록했다고 하니 재원이 부족해 처우개선을 하지 않았다는 변명도 하기 어려운 사정이다.

빽빽히 채워져 있는 에어부산 스케쥴. (사진=에어부산 승무원 제공)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에어부산의 근무조건이 가장 열악하다"며 "이 회사 임원이 과거 아시아나 출신으로 노조탄압 경력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장시간노동이 여론의 지탄을 받게되자 2018년에만 300명을 더 뽑겠다고 밝히고 극히 일부 노선의 휴식시간을 8시간에서 9시간30분으로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비행시간과 비행패턴 개선은 미흡해 승무원들의 힘든 상황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별점검에 나섰던 국토부가 여러가지 규정위반 사실을 밝혀내고 조치를 예고했지만 정작 장시간노동에 대해서는 승무원들과 현격한 시각차를 보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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