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체들이 폐비닐에 오물이 조금만 묻어있어도 아예 받지 않고 있어,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재활용품 때문에 지자체가 골머리를 썩이고 있어서다.
◇ 수거업체 "이물질이 하나라도 나오면 돌려보낸다는데 어떡해"
일반적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재활용품 수거 업체와 개별 계약을 맺고, 재활용품을 배출한다. 수거업체는 모인 재활용품을 선별업체에 운반한다. 선별업체는 이를 종류별로 분류하고 이물질을 제거해 가공업체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처리가 이뤄진다.
하지만, 중국의 폐기물 수입금지 조치 이후 가격이 폭락하자 수도권의 선별업체들이 폐비닐 등 일부 쓰레기 수거를 거부해 대란이 벌어진 것이다.
환경부는 부랴부랴 수도권 선별업체 48곳과 협의해 종전대로 수거하겠다고 밝혔으나, 일부 업체가 '깨끗한 폐비닐만 받겠다'고 말해 변수가 생겼다.
깨끗한 상태라는 게 주관적이라 실제 현장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폐비닐을 거부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S 수거업체 관계자는 "이물질이 하나라도 들어가면 선별업체가 차를 돌려보낸다고 하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라며 "아파트에서 일일이 검수를 해주시는 게 아니면 비닐을 운반할 수 없다"고 말했다.
B 업체 관계자는 "검은 봉투는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니까 아예 안 받는다 그러는데, 이것만 골라낼 수도 없고 갑갑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환경부와 한마디도 해본 적이 없는데, 아파트에서는 원래대로 해야 된다고 항의하고, 선별업체는 안 받는다 그러니 일을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채산성을 고려해 깨끗한 비닐만 받겠다는 상황인데, 깨끗하다는 말이 객관적이지 않다보니 온도차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선별업체들을 전수조사하고 비상 모니터링을 강화해 정상적인 수준의 폐비닐을 수거하지 않는 경우도 강하게 단속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지자체들이 수거 거부 사태를 마냥 방관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는 2일 아파트 내 수거되지 않은 폐비닐이 발생하면 관리사무소가 자치구에 요청해 처리할 수 있도록 지시했는데, 자치구들은 쏟아지는 민원에 벌써 힘에 부치고 있다.
송파구 관계자는 "관내 폐기물 선별장에 재활용품을 쌓아두고 있지만, 이미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양을 초과했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임시로 이번 주만 수거되지 않은 재활용품을 직접 처리할 예정이지만, 당장 다음 주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나마 쌓아둘 공간이 있는 송파구는 나은 편이다. 구로구는 대행업체에 위탁을 주고 있기 때문에 구 차원에서 수거와 처리를 하려면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구로구 관계자는 "추가로 편성할 수 있는 예산은 없는 실정이다. 수거를 거부하는 업체들에 계약서대로 폐기물을 운반해달라고 설득해 마지못해 수거는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거 거부 사태가 계속되면 지자체마저 손 쓸 수 없는 또 다른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구 관계자는 "서울시나 환경부의 구체적인 예산 보전이나 지원책이 나와줄 것으로 기대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