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50·여)씨는 어머니 박모(81)씨가 있는 병실에 들렀다가 아연실색했다.
초훼해진 얼굴, 얼굴에 흐르는 땀. 어머니의 혈색은 살아있는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아파, 아파, 나 아파!"
어머니의 어깨를 만지던 김씨는 또 한번 놀랐다. 치매로 말을 잃은 지 어느덧 10년째인 어머니가 자지러지듯 고통스러워하며 말문을 연 것이다.
다쳐서 생긴 통증임을 직감한 김씨는 병원에 정확한 소명을 요구했다.
승강이 끝에 이뤄진 엑스레이(X-RAY) 촬영 결과는 참담했다. 양쪽 넙다리뼈(대퇴골)에 전자간 골절이 발생한 것이다. 한쪽 다리 뼈는 이미 이탈한 상태였다.
김씨는 혼자 힘으로 움직일 수 없는 어머니가 어쩌다 두 다리가 모두 부러졌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다친 채로 방치된 어머니의 시간들이 안타까웠다. 직장이 멀어 5, 6일에 한 번 찾아뵌 게 잘못이었다.
김씨는 "두 다리가 골절된 채 진통제 주사 한 대 없이 어머니가 그 시간을 버텼을 생각을 하면 가슴이 갈래갈래 찢어지고 울분을 참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박씨의 주치의는 지난 2일 CBS노컷뉴스와 만나 "정확한 원인을 알 수는 없으나 간병인들이 환자를 들다가 놓는 과정에서 부러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치의로서 예상컨대 평소 박씨를 돌본 간병인이라면 뼈가 부러진 직후 분명히 알아차렸을 것이다"며 "특히 두 다리가 모두 부러졌다면 고의 여부를 떠나 몸을 들었다가 놓는 과정에서 충격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설명에도 김씨의 화가 치민 건 사건 발생 직후 일부 병원 관계자들의 반응 때문이었다.
김씨는 "몇몇 관계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사과, 진실을 밝히려는 적극적이고 신속한 시도 없이 대충 해결하려는 병원의 태도가 문제다"며 "보호자가 화를 내고, 문제가 커지니 이제서야 잘못했다는 태도에서 도무지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 측은 "문제가 발생한 직후 적극적으로 대처했어야 하는데 간호사 및 간병인들이 병원장 부재 중에 이런 일을 겪어 당황했던 것 같다"며 "환자에 대한 치료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