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공연을 관람한 것은 예상을 빗나간 것이었다. 김 위원장 부부는 마지막날인 3일 남북 합동무대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날 단독 공연을 관람했다. 정부 관계자는 "원래 김 위원장이 3일 열릴 남북 합동 공연을 보려고 했으나 다른 일정이 생겨 이날 공연에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춤과 홀로그램이 어우러지는 퍼포먼스로 화려하게 시작했다. 무용가들이 안무를 할 때마다 스크린에 꽃이 피어오르고 공연의 부제인 '봄이 온다'는 문구가 스크린에 떠올랐다.
첫 주자는 가수 정인과 피아니스트 김광민의 협연이었다. 정인은 <오르막길>을 불렀다. 두 사람은 가장 마지막까지 연습하며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가수 알리가 등장해 자신의 노래 <펑펑>을 불렀고 알리와 정인이 함께 '동그라미 그리다가 무심코 그린 얼굴~'이라는 가사로 알려진 <얼굴>을 불렀다.
두 여가수의 무대가 끝나자 사회를 맡은 서현이 무대에 등장했다. 서현은 "두 분이 함께 부른 노래 얼굴처럼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우리가 하나라는 것을 느끼고 마음깊이 감동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면서 "이렇게 약속을 빨리 지킬 수 있을 지 몰랐다. 봄에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현의 소개로 등장한 가수는 백지영이었다. 그의 <총 맞은 것처럼>은 북한에서도 인기가 많은 노래로 알려졌다. 노래를 열창한 백지영은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기뻤다"고 감사를 전하며 두번째 곡으로 <잊지 말아요>를 불렀다.
백지영의 <잊지 말아요>가 애절하게 울려퍼진 뒤 중간에 영상이 방영됐다. 그간 남북이 교류했던 영상과 이산가족 상봉, 만남과 헤어짐의 순간,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이 스크린에 뜨고 '지금 이 순간 새로운 역사가 쓰여집니다'는 문구가 나왔다.
이어 강산에가 등장했다. 부모가 모두 북한 출신으로, 실향민의 그리움을 노래한 <라구요>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고향 생각나실 때면/ 소주가 필요하다 하시고/ 눈물로 지새우시던 내 아버지/ 이렇게 얘기했죠/ 죽기 전에/ 꼭 한 번만이라도 가봤으면/ 좋겠구나 라구요'
강산에는 함경도 사투리가 들어간 노래 <명태>를 연달아 불렀고 관객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지난 2002년 공연에서 스스로를 '놀새떼'(날라리)라고 소개했다는 가수 YB(윤도현밴드)가 바톤을 이어받으며 흥을 돋궜다.
YB는 첫곡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에 이어 자신들의 히트곡 <나는 나비>를 열창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마지막 곡으로 YB는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를 뜻하는 '1178'을 부르며 평화를 기원했다.
분위기가 달아오른 시점에서 예술단의 막내 레드벨벳이 히트곡 <빨간맛>, <배드보이>를 선보였다. 개사나 안무 수정 없이 원곡 그대로 춤을 추며 노래했다. 빠른 템포와 아이돌 그룹의 발랄하고 현란한 춤사위가 무대에 펼쳐졌다.
후반부에 접어들어서는 북한을 네 번째 방문하는 최진희가 등장했다. 최진희는 <사랑의 미로>와 <뒤늦은 후회>를 열창했다. <사랑의 미로>는 김정일 위원장의 생전 애창곡으로 북한 주민들에게도 유명한 곡이다.
이선희는
이어 가왕 조용필과 밴드 위대한 탄생이 등장했다. 13년 전 평양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던 주역들이었다. 첫 곡 <그 겨울의 찻집>을 시작으로 <꿈>, <단발머리>, <여행을 떠나요> 등 히트곡 메들리를 선보였다.
공연이 막바지에 달할 무렵 서현이 북측 최고 가수인 김광숙의 대표곡 <버드나무>를 불렀다.
일부 가수들은 눈시울이 붉어졌고, 막이 내릴 때까지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북측 관객들도 막이 내린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지키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성황리에 단독 공연을 펼친 예술단은 이틀 뒤인 3일 저녁 류경정주영체육관으로 자리를 옮겨 북측 삼지연관현악단과 합동 무대를 진행한다. 방북공연단은 마지막 공연이 끝난 3일 밤 늦게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귀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