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받아들인 中, 北 '질식경제' 숨통 터줄까?

美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에 촉각, 中 대북제재 완화는 일어나기 힘든 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으로 북핵문제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 경제를 철저하게 옥죄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완화될 지 여부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시킨 중국이 대북 제재를 느슨하게 하거나 일부 경제 지원을 재개할 것이라는 우려는 미국 정부와 매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이 김정은 방중 사실을 공개한 뒤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제재를 충실히 지켜나가는 것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 결의사항을 준수하는 데 있어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며 "중국이 이를 피하지 않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에드 로이스 하원외교 위원장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해 미 행정부와 의회 모두 중국의 대북제재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빅터 차(Victor Cha)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빅터 차(Victor Cha·사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관련 보고서에서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대북지원을 일부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로 인해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이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시 주석은 북한과의 거리두기, 대화거부 정책을 종결하고 북한과 화해 국면으로 돌아서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는 비효율적이었던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실망, 미·북 정상회담 발표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당사국인 중국은 대북 제재 완화나 지원 재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은 국제 의무를 이행하는 뜻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우려하는 대북 제재 완화나 지원 재개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도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에 대해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고 단언했다. 진 교수는 "대북 제재가 유엔 차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북한에서 어떤 구체적인 액션을 보여주고 유엔 차원에서 제재를 와화 시키는 것 외에 중국이 별도로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외교가 일각에서는 이번 한번의 정상회담으로 그동안 꼬였던 북중 관계가 정상화됐다고 보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과 북한 모두 현재 처한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전격적인 만남이 성사됐지만 아직 양측의 깊은 골은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향후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중국이 총대를 메고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29일 논평에서 "중국은 대화를 지지하고 제재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며 제재만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대북제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발언한데 대해 시 주석이 찬성한 부분도 의미심장하다. 북한이 구체적 비핵화 프로세스에 들어갈 경우 중국이 이를 빌미로 유엔의 제재 완화를 촉구하거나 대북 지원을 일정 재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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