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추궁과 비난을 모면하려는 박근혜정부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과정도 확인됐다.
28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에게 최초 보고된 시각은 오전 10시19~20분쯤이다.
애초 오전 10시에 최초 보고가 이뤄져 박 전 대통령이 10시15분에 첫 인명구조 지시를 내리고 22분에 추가 지시를 내렸다는 청와대 주장도 거짓으로 확인됐다.
또 비서실에서 첫 보고 이후 '실시간으로, 20~30분 간격으로' 11회에 걸쳐 서면 보고를 했다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통령은 최초 보고를 받고 10시22분 김 전 실장에게 전화로 처음 지시했을 뿐, 추가 지시는 없었다.
11회에 걸쳐 서면 보고를 받았다는 주장은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정무수석실로부터 받은'여객선 침몰 사고 상황' 보고서를 이메일로 받은 시각을 기록한 것에 불과했다.
당시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관저에 있어 즉시 전달하지 못했고 오후와 저녁 각 한 차례씩 보고서를 출력해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최초 보고시각 조작과 증거인멸 시도를 당시 거센 책임 추궁을 피하려는 의도로 판단했다.
'대통령이 관저에 머무르고 국가안보실이 사고 상황을 신속하게 보고하지 못해 골든타임을 허비,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비난이 일자 박 전 대통령의 적절한 지시가 있었다고 꾸밀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이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김장수 전 실장은 2014년 5~7월 신인호 전 위기관리센터장에게 '대통령이 참사 당일 오전 10시15분, 10시22분 지시를 내렸다'고 청와대 문서에 기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신 전 센터장과 김규현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은 '국조특위' 업무보고서 등 9건의 공문서에 이같은 내용을 담아 허위로 작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관여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11회에 걸친 서면 보고가 없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회 서면답변서, 예상 질의응답 자료에 이같은 내용을 작성토록 실무 담당자에게 지시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등에 증인으로 나가 '청와대 경내에 계시면 어디든지 대통령 집무실이고 어디서나 보고를 받고 지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주무실 때까지 근무시간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인사들은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불법으로 고치는데도 적극 개입했다.
김 전 1차장과 신 전 센터장은 2014년 7월31일까지 지침을 수정하기로 하고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보고했고, 김 전 실장은 즉시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신 전 센터장은 7월31일 업무 담당자에게 '국가안보실이 재난 상황의 전략 커뮤니케이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고 규정된 제3조를 두 줄로 삭제하고 '국가안보실은 국가위기상황에서만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취지로 기입하도록 했다.
신 전 센터장은 지침 가운데 총 10개조 14개항을 같은 방법으로 수정하고 방위사업청 등 65개 부처 및 기관에 지침 수정 지시 공문을 하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박근혜정부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은 국회의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제출 요구를 거부하면서 청와대가 재난 상황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주장하기 위해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방법으로 서둘러 지침을 수정하려고 직권남용과 공용서류손상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