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암살시도' 반격 나선 러시아…영국 외교관 23명 추방

영국문화원 활동 중단·상트페테르부르크 총영사관 승인 취소러시아 외무 "영국 비우호적 움직임 계속되면 추가 조치"

영국이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 책임을 묻기 위해 러시아 외교관 추방 등의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가 맞대응에 나섰다.

이에 따라 양국 간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본격적인 신냉전 시기에 돌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모스크바 외무부에 로리 브리스토 러시아 주재 영국 대사를 초치한 뒤 이같은 대응 계획을 밝혔다.

러시아는 우선 영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러시아 주재 영국 외교관 23명을 추방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영국과 마찬가지로 이들 외교관들에게 떠나기까지 1주일의 시한을 주기로 했다.

러시아에 있는 영국문화원 활동을 중단시키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영국 총영사관 설치 승인을 취소하기로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번 대응이 "영국의 도발적인 행동과 근거없는 비난에 대한 대답"이라며 "만약 영국이 비우호적 움직임을 계속하면 추가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영국에 기밀을 넘긴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하다 죄수 맞교환으로 풀려난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이 지난 4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번 암살 시도에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이 사용된데 대해 러시아 정부가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아 런던 주재 러시아 외교관 23명 추방, 영국 입국 러시아인과 화물에 대한 검색 강화, 고위급 인사의 러시아 월드컵 불참, 러시아 자산 동결 검토 등을 뼈대로 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영국의 제재에 러시아가 한치 양보없이 맞대응하면서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브리스토 대사는 초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위기는 러시아가 개발한 화학 무기를 사용해 두 명의 살해 시도가 이뤄진데 따른 것"이라며 영국은 러시아에 소명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해 외교관 추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브리스토 대사는 "영국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언제나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 역시 러시아 발표 이후 공식 성명을 내고 "러시아는 그들의 행동에 대한 설명을 내놓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러시아의 외교관 추방 조치 등을 이미 예견했었다며 다음주 초 국가안보위원회를 열어 러시아에 대한 추가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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