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2013년 2월 퇴임 이후 약 5년만이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은 노태우, 전두환,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다섯 번째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개인 입장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전직 대통령이라 해도 범죄 사실이 드러나면 법질서 준수와 모든 국민 앞에 평등한 법 원칙에 따라 엄정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공직선거법위반, 대통령 기록물관리법 위반, 횡령, 배임 등이다. 그 가운데 자동차 부품회사인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과 비자금 조성에 대한 의혹이 가장 크다. 그 밖에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와 대보그룹 등으로부터의 뇌물수수, 공천헌금 뇌물 의혹, 청와대 문건 반출 은닉에 따른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차명재산 의혹 등 무려 20여 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모든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검찰 수사가 보수를 궤멸시키기 위한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두하면서도 "역사에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는 말로 자신에 대한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검찰은 100억 원대 뇌물수수와 300억 원대의 횡령 배임 혐의, 수십억 원에 달하는 조세포탈 혐의만 놓고도 구속영장을 신청하는데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범죄 사실이 인정될 경우 가장 무거운 혐의는 100억 원대 불법자금 수수다. 이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적용돼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게 돼 있다.
이밖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서 인사 청탁 대가로 받은 약 22억 원대의 뇌물 의혹,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 공천헌금 명목으로 받은 4억 원대 뇌물 의혹, 김백준·김민준·김희중 등 핵심 측근들로부터 받은 수십 억 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등이 모두 혐의 대상에 올라있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까지 구속되는데 따른 정치적인 부담 때문에 물러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검찰과 정권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내·외부의 진단과 국민 여론을 의식해 밀려서도 안 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한 후 일단 귀가시키는 결정을 내리더라도 조속한 시일 안에 엄정하고도 공정한 법 원칙에 따라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전·현직 대통령이 검찰에 불려나와 조사를 받는 불행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