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홍 제주도의회 의장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

고 의장 "후배 정치인들에 길 터줘야"…의장 불출마 관례 부담느낀 듯

고충홍 제주도의회 의장(자유한국당, 제주시 연동을)이 12일 도의회 기자실을 찾아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자유한국당 소속 고충홍(70) 제주도의회 의장이 6.13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고 의장은 정치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도의회 의장 출신의 불출마가 관례였던데다 한국당 등 보수세력의 위축으로 선거 승리가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고충홍 제주도의회 의장은 12일 오전 도의회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6월13일 제주도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 의장은 불출마 사유로 크게 4가지를 들었다. 우선 지역구인 제주시 연동을에서 3선을 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큰 열매를 맺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기 12년 동안 연오로 개설을 위해 4차례나 도정질문을 하는 등의 노력으로 준공을 앞두고 있고 신제주 공영주차장 건설, 신제주초등학교 다목적 체육관 건립, 바오젠 거리 조성 등의 현안들이 대부분 해결됐다는 것이다.


고 의장은 두 번째 사유로 정치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후배들이 만들어 갈 연동의 미래도 중요하고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상황에서 출마 고민때문에 다른 후보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하면 안된다는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또 제8대 도의회에 입성한 이후 10대 도의회까지 복지안전위원장과 행정자치위원장, 부의장, 의장까지 각종 역할을 충분해 해 왔다는 점을 불출마 사유로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남은 기간, 의장에게 주어진 사명과 책임을 흐트러짐 없이 완수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지방선거로 도정과 교육행정의 공백이 예상되기 때문에 그만큼 의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충홍 제주도의회 의장(자유한국당, 제주시 연동을)이 12일 도의회 기자실을 찾아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이처럼 고 의장은 공식적인 불출마 사유를 4가지로 설명하지만 무엇보다 제주도의회 의장 출신들의 불출마 관행을 깨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제주도의회 의장 출신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한 경우는 보궐선거로 6개월 의장을 했던 오충진 전 의원이 유일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기초나 광역의회 의장을 지낸 분이 같은 선거구에 같은 급으로 출마하는 것은 안된다'는 출마 제한 발언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이어 기초 의장을 했으면 광역 의원에 출마하고 광역 의원을 했으면 기초단체장에 출마하는 것이 맞다면서 출마 제한 조치를 최고위 비공개회의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충홍 의장은 홍 대표가 그런 말을 했는지 몰랐다며 비껴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여파로 보수세력이 위축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 간판으로 젊은 유권자와 이주민이 많이 사는 제주시 연동 지역에서 과연 승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감도 결정에 영향을 줬을 거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고충홍 의장은 제주시 연동을에서 4362표(50.5%)를 얻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양영식 후보(4277표, 49.5%)를 겨우 84표 차이로 힘겹게 따돌렸기 때문이다.

고 의장은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정치활동은 않겠다며 제주에 원로가 없다는 지적이 많은데 비정치적인 활동을 하면서 제주의 원로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도의회 의장 임기가 끝나면 정치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당적은 갖지 않겠다고도 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