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밤(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발표문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5월까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날 것이라는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김 위원장의 회동의사가 전해진 지 나흘만이자 정 실장과의 회견 1시간여 만에 발표된 것이어서 국내외 언론이 일제히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지율도 요동쳤다. 한국갤럽이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표명과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됐다는 소식만으로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전주보다 7%p 상승하며 71%를 기록했다.
긍정평가의 이유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18%를 차지해 10%인 '대북 정책 안보'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중재한 북한과 미국 간 정상회담이라는 점 때문에 북미대화가 성사될 경우 그 파급력은 6월 지방선거에도 상당 부분 미칠 전망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인 후 대북특사, 남북대화, 북미대화 순으로 신속하고도 단계적으로 논의가 진행됨에 따라 기대감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0년 1차,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후 각각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섣부른 예측을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그럼에도 정권 초기에 대화가 진행돼 동일한 정권 내에서 향후 대응을 이어갈 수 있는 점, 북한에 적대적이던 미국 정부가 전향적으로 대화의 뜻을 밝힌 점 등 당시와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의 시기가 각각 4월과 5월로 지방선거 2개월, 1개월 전에 치러진다는 점도 여당에게는 플러스 요인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은 선거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여권의 참패를 불러왔다"며 "하지만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전쟁을 피하게 했다는 점에서 여권에 굉장한 호재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남북대화나 북미대화가 순탄하게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는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
특히 대화 성사를 위해 우리 정부가 북한과 뒷거래를 한 정황이 포착되거나, 미국이나 북한의 변심으로 인해 예정된 날짜를 앞두고 갑자기 회담 일정이 변경되는 등의 변화가 있을 경우에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북미대화라는 쇼를 위해 거짓말을 한다든지, 회담 날짜를 선거에 임박해서 늦춘다든지 하면 진정성을 해하게 된다"며 "이런 정치적인 악용은 보수표 집결이라는 역풍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