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영은 8일 밤 방송된 SBS 시사토크쇼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올림픽을 전후해 불거진 논란에 대해 발언했다. 올림픽 기간 기자회견과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는 거절한 노선영이 지난 5일 오후 프로그램 녹화에 출연해 밝힌 내용이다.
방송에서 노선영은 지난달 19일 벌어진 이른바 '왕따 주행' 상황에 대해 "개개인의 선수의 문제가 아닌 것 같고 (다른 선수들이라도) 일어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선수들이 아닌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날 노선영이 강조한 것은 대표팀 내부의 특혜와 차별이다. 노선영은 "지원이 적은 것보다는 메달을 딸 수 있는 유력 후보 선수들에게는 조금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진 것 같다"면서 "사회가 무조건 메달 딴 선수에게 집중하지 않는 쪽으로 인식이 변하면 연맹에서도 메달 딸 수 있는 선수들 위주로 특혜를 주는 일이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에 대한 당부도 더했다. 노선영은 "남아있을 (대표팀) 후배들이 더 이상 차별이나 누군가가 특혜를 받지 않고, 모두가 공평하고 공정하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6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진상 조사를 청와대에 청원했던 '왕따 주행'의 진실에 대한 입장은 방송되지 않은 가운데 노선영이 재차 꺼낸 부분이다.
노선영은 지난 1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주도로 이승훈, 정재원, 김보름 3명이 태릉이 아닌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한체대에는 쇼트트랙 경기장이 있는데 전명규 부회장이 한체대 교수 신분으로 선수들을 직접 관리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연맹이 메달을 딸 선수들을 미리 정해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심한 차별 속에 훈련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이들 선수가 촌외 훈련을 하는 것은 쇼트트랙 경기장 때문이다. 이승훈(30·대한한공)은 "종목의 특성상 매스스타트는 쇼트트랙 훈련이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태릉은 쇼트트랙 대표팀과 피겨 등 훈련이 빼곡히 잡혀 있어 대관이 어렵다"고 밝혔다. 연맹 관계자도 "태릉 링크는 아이스하키까지 훈련해 보호 펜스가 딱딱해 자칫 큰 부상이 올 수 있다"면서 "그러나 한체대 경기장은 안전 펜스가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게 특혜일까. 촌외 훈련을 하면 선수들은 국가대표 수당을 받지 못한다. 대한체육회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선수촌 훈련을 할 경우 하루 6만 원(2015년 1만 원 인상)과 식비 3만8000 원 등 10만 원 가까운 수당을 지급한다. 국내외 대회 참가 기간도 적용된다. 훈련량에 비해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결코 적은 돈도 아니다. 연간 훈련 일정 240일을 꼬박 채운다면 2000만 원이 넘는 돈이다.
촌외 훈련을 택한 선수들은 이 수당을 포기하는 것이다. 대한체육회가 연맹에 지급한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수당 자료를 보면 노선영이 앞서 언급한 이승훈, 정재원(17·동북고), 김보름(25·강원도청)은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 동안 수당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 많게는 월 150만 원까지 5개월 최대 684만 원의 수당을 받은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다.
이보다 적은 선수들은 촌외 훈련을 한 이들이다. 남자팀은 이승훈, 정재원 외에도 정재웅(19·한체대), 김민석(19·성남시청)까지 4명이다. 이승훈이 636만 원, 나머지 3명이 648만 원의 수당을 받았다.
김보름은 남녀를 통틀어 가장 적었다. 552만 원이다. 이에 비해 노선영은 1404만 원의 국가대표 수당을 받았다. 박지우보다 적은 이유는 연맹의 행정 착오로 지난 1월 퇴촌해야 했던 시기와 올림픽 폐막 전에 일찍 귀가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노선영은 김보름보다 2.5배, 850만 원 이상의 수당을 받은 셈이다. 이승훈 등 촌외 훈련을 한 남자 선수들에 비해서도 2배, 750만 원 이상의 돈이 통장에 입금됐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여기에 이 선수들은 숙식과 훈련장 이동 등 경비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연맹 관계자는 "선수촌에 있으면 풍족한 식단 등 숙식이 제공된다"면서 "그러나 촌외 훈련을 하면 수당은 물론 식비도 포기한 채 자비를 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촌외 훈련을 택한 선수들은 국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5개월 동안 땀을 흘렸지만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셈이다. 어쩌면 훈련을 했는데도 수당을 받지 못한 게 차별일 수 있다.
만약 촌외 훈련에도 수당이 지급됐다면 노선영이 말한 대로 특혜일 수 있다. 선수촌 훈련이나 대회 출전에 국한된 수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촌외 훈련을 소화한 선수들은 수당을 포기했다. 대신 메달을 택했고 당당히 성과를 냈다. 이승훈과 김보름은 매스스타트 금과 은메달을 따냈고, 정재원과 김민석도 이승훈과 함께 팀 추월 은메달을 합작했다.
여기에 국가대표 지도자들까지 촌외로 나가 이들의 훈련을 지도했다면 선수촌에 있던 선수들에 대한 차별일 수 있다. 그러나 연맹이 임명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선수촌 훈련을 지도했다.
이는 노선영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이다. 만약 자신의 경기력 향상에 쇼트트랙 훈련이 필요하다면 촌외 훈련을 택하면 될 일이다. 노선영이 언급한 대로 한체대 훈련을 주도하는 이는 전명규 연맹 부회장으로 한체대 교수다. 노선영 역시 한체대 출신으로 전 교수의 제자다.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디서 훈련하느냐도 중요하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좋아진다면 아낌없이 지원을 해줘야 한다. 축구 대표팀의 경우는 선수촌이 아닌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가 따로 있는 이유다. 국가대표 선수촌의 시설과 여건이 여의치 않다면 밖에서 찾는 것도 방법이다. 효과가 좋다는 전제 하에서다.
빙속 대표팀 중 촌외 훈련 명단에는 노선영이 지적한 선수들만 있는 게 아니다. '빙속 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도 있다. 이상화 역시 5~9월 태릉에 없었다. 해외 전지훈련 등을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태릉선수촌에 엄연히 국제 규격의 스케이트장이 있지만 이상화는 평창올림픽을 위해 최선의 방법으로 촌외 훈련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노선영은 특혜와 차별에 대해 언급할 때 이상화는 거명하지 않았다. 한 빙상계 관계자는 "왜 노선영이 이상화는 특혜 대상자로 언급하지 않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이는 노선영이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으므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남자 팀 추월은 올림픽 은메달을 따냈다. 이승훈은 "원래 네덜란드 등 다른 국가는 팀 추월 훈련을 거의 하지 않는다"면서 "그래도 우리와 캐나다가 이 훈련을 가장 많이 한 축에 속한다"고 말했다. 노선영이 특혜와 차별이 있다고 했지만 남자팀은 팀 추월과 매스스타트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다.
여자팀은 김보름이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따냈지만 팀추월은 노선영이 처지면서 준준결승도 넘지 못했다. 호흡보다 경기력이 중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군다나 노선영은 이 매체와 했던 다른 인터뷰에서는 "월드컵 시즌 1500m 출전을 하면서도 팀 추월에 공을 들였다"면서 "팀 훈련 역시 팀 추월 쪽에 맞춰져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노선영의 주장대로 지난해 12월 10일 팀 추월 대표팀이 한번도 함께 훈련하지 못했다고 해도 호흡이 아닌 기본 주력은 있어야 했지만 결과는 그러지 못했다.
노선영은 평창올림픽 전과 후 모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내 특혜와 차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물론 노선영의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가 러시아 선수의 도핑 적발로 성사된 우여곡절은 미숙한 행정 처리 때문으로 빙상연맹이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석연찮은 이유로 특정 선수를 꼬집어 대표팀에 문제를 제기한 노선영의 태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군다나 취재진의 날카로운 질문이 나오는 인터뷰를 피한 노선영이라면 더 그렇다.
무엇보다 경제적 보상을 포기한 채 촌외 훈련으로 경기력 향상을 꾀한 선수들은 국민들을 만족시킬 만한 성과를 냈다. 만약 촌외 훈련이 선수들의 메달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를 문제점으로 제기하기보다는 선수촌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보완하고 선수들의 편의를 봐주는 방향을 택하는 게 맞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들에게 기쁨을 안겨야 하는 게 국가대표 선수들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라고 국민들은 기꺼이 세금으로 선수들의 훈련비를 부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