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은 전날 오전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범죄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의 내용을 볼 때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이명박정부 당시 군 사이버사 530심리전단의 댓글 여론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이 인용돼 구속 11일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이번 영장 기각으로 석방 100일만에 다시 구속될 위기를 피한 셈이다.
이후 검찰은 김 전 장관이 2013년∼2014년 군 사이버사의 댓글 공작 수사를 축소할 것을 지시한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백낙종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으로부터 김 전 장관이 '군의 조직적 선거개입은 없다'는 방향으로 조사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또 박근혜 정부 국가안보실장이던 2014년 7월 '국가안보실이 재난안전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내용으로 '국가위기관리 지침'을 불법 변경해 책임 소재를 희석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윗선을 향한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된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사안의 진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결정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그간 태도에 비추어 격정에 가까운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장관이 수사 축소 방침을 지시한 사실이 관계자 진술 등 증거로 명백히 인정되고, 지시를 받고 수사를 축소한 부하 장성 등 다수가 구속됐음에도 거짓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법원의 구속 기각 근거를 반박했다.
또 김 전 장관의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무단 삭제 의혹과 관련해서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청와대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악의적인 의도로 자행한 것"이라며 "영장을 기각한 것은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구체적인 기각 사유를 살펴본 뒤 영장 재청구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피의자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기 위해 향후에도 더욱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