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워싱턴 오가는 중재외교…문재인의 승부수

대북특사로 승부수 건 문 대통령…특사외교 성공할까?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대회 출정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 부부가 선수단 소개 때 박수로 격려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특사' 카드로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북미 중재 외교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4일 특사단 인선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 특사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게 되면, 한국은 다시 미국과 이를 논의해야 하는 만큼 특사 방북을 전후한 대미(美) 특사 파견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평양과 워싱턴을 오가는 우리 정부의 중재 외교로 3월 한 달이 숨 가쁘게 굴러갈 전망이다.

◇ '대북 특사' 카드로 터닝 포인트 마련 의도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대북 특사 파견 계획을 처음으로 공식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통화에서 "김여정 특사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대북 특사를 조만간 파견하겠다"고 했다.


일단 청와대는 특사단과 특사단의 규모, 정확한 시점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고위급으로 갈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분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훈 국정원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명균 통일부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공식 라인 인사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문 대통령의 대북 특사 카드는 일종의 터닝 포인트를 꾀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미는 서로 대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간극이 크다. 미국은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비핵화를 내걸고 있고, 북한은 비핵화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북미 모두 '대화는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원론적 수준인 셈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승부수를 띄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불과 3일 전만 해도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 대표단도 귀환했으니 방한 결과에 대해 보고할 시간이 필요하고, (우리도 북한의) 메시지를 갖고 나름 취합을 하고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금 더 지체하면 문 대통령이 표현했듯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가 날아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문 대통령이 고삐를 쥐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살리는 차원에서 특사단 답방을 보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방북 이후엔 다시 대미(美) 소통 중요

(자료사진=청와대 제공)

일단 문 대통령은 대북 특사를 통해 북미 대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확인해보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북 특사가 가는데, 단지 실무 선에서 이야기 하고 마는 수준은 아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측이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지속시키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 등을 제안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대북 특사는) 북미대화를 탐색하는 기회는 분명히 될 것 같고, 남북 관계 개선 차원에서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이산가족 상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측 특사를 만나 '조건부 비핵화' 대화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북 특사의 방북이 이뤄진 후에는 다시 대미 소통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대북 특사 파견 계획을 듣고 "특사단을 보낸 뒤 (북한의) 반응과 관련된 것들을 우리에게도 공유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에 특사가 다녀온 다음에 해당 내용을 더 자세히 설명할 수도 있고,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논의된 것들을 미국 국무부 등에 더 설명하거나 추후에 또 설명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방미 또한 특사 자격이 될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동맹국인 만큼, 특사보다는 고위급 대표단의 방미가 더 자연스럽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밖에 북한과 미국 사이의 중재외교 외에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등 주변국과의 다자외교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통화에서 "3월 한 달 동안 조건부 비핵화 제안 등 여러 가지 조율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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