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박철호 감독과 선수 12명, 그리고 지원인력 2명까지 15명의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남북 단일팀 합류를 위해 새라 머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과 만났다.
처음은 어색했다. 남과 북이 나뉜 가운데 태어나 처음 만나는 낯선 이들이라는 점에서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 주축인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북한 선수들과 어색한 만남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친해졌다. 함께 잠자고 생활하지는 않았지만 기회가 닿을 때마다 서로와 가까워졌다. 단일팀을 이끈 새라 머리 감독은 대회 기간 취재진을 만나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자세가 북한 선수들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약 열흘의 짧은 기간을 함께 한 뒤 스웨덴과 평가전을 시작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5경기까지 단일팀은 총 6경기 성적 6전 6패를 남겼다. 하지만 단순히 성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단일팀이다.
비록 대회 개막이 임박해 다급히 만들어진 탓에 기존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희생이 불가피했지만 그들은 일본과 조별예선 3차전에서 올림픽 출전 역사상 최초의 골도 만들어내며 당당히 아이스하키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친하게 지냈던 황충금, 김향미를 포함한 북한 선수 12명 모두와 이별하며 직접 쓴 편지를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전달했다는 최지연은 “언니들이 (편지를) 받고 울었다고 하더라. 언니들이 (내가) 아기같을 줄 알았는데 편지를 읽고 어른 같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단일팀 구성이 처음 결정됐을 때만 해도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의 걱정도 외부의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함께 땀 흘리며 마음의 문이 열렸다. 최지연은 “한 공간에서 같이 운동하면서 마음의 문이 열렸다. (북한) 언니들이 먼저 다가와서 물어봐 주고 밥은 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이야기해줘서 더 친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록 아쉬운 이별이었지만 이들은 헤어지며 다시 만나는 그날을 기대했다. “단일팀으로 1승이라도 거뒀으면 정말 더 좋았을 텐데 정말 너무 아쉽다”는 최지연은 “라커룸 들어오면 북한 언니들이 먼저 다가와서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잘했다고 말해 주니까 너무 힘이 되고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언니들이 항상 잘 지내고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항상 저를 생각해주고 정말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꼭 다시 만나서 아이스하키도 같이 하고 밥도 같이 먹고 다시 정말 가족처럼 장난도 치고 그랬으면 좋겠다. 꼭 만났으면 좋겠다”고 인사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