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도시어부 '탁 치니 억' 부적절한 자막 논란

해당일자 다시 보기 영상 삭제… 시청자 비판 나와

지난달 18일 방송된 채널A '도시어부'의 한 장면
채널A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도시어부'가 부적절한 자막으로 시청자들에게 비판받고 있다.

지난달 18일 방송된 '도시어부'에서는 이덕화, 이경규, 마이크로닷과 어부 명인 박 프로 등이 대마도에서 긴꼬리 벵에돔을 잡기 위해 애쓰는 내용이 나왔다.


이때 크기가 큰 벵에돔을 들어 올리는 장면에서 '탁 치니 억 하고 올라오는 대물 벵에돔'이라는 자막이 나갔다. 이 장면은 트위터 등 SNS와 각종 커뮤니티에 빠르게 퍼졌고 맞지 않는 비유라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87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에서 나온 말이다. 박종철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주요 수배자인 박종운의 소재를 알아내기 위한 경찰의 물고문·전기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1987년 1월 14일 오전 11시 20분경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진실을 은폐하고자, '경찰이 책상을 탁 하고 치자 박종철이 억 하는 소리를 내며 쓰러져 죽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가혹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부검 이후 사망 원인은 단순 쇼크사에서 물고문에 의한 질식사로 바뀌었다. '도시어부'의 자막이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장면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채널A 측은 23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제작진 입장을 정리한 후 알려드리겠다"고만 밝혔다. 다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1월 18일자 방송분을 도시어부 공식 홈페이지에서 내린 상태다. 클립 영상에서도 문제의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시청자들은 "고문을 은폐하고 조작하기 위해 내뱉었던 천인공노할 문구를 어떻게 예능 소재로 쓸 수 있느냐", "최소한 방송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어떤 의미로 사용된 말인지는 알고 써야 하지 않나"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과방송을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종철 열사 3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 박 열사 사진 앞에 경찰청 지휘부가 헌화한 국화꽃이 놓여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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