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약 '금융감독체계 개편', 이번에도 무산되나

박근혜 정부 공약 '용두사미', 문재인 정부도 공약했으나 동력 확보 어려워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인터넷 은행인 케이 뱅크의 인가 과정에 특혜와 불법, 편법이 동원됐다는 의혹을 제기해온 참여연대가 최근 감사원에 금융위원회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감사 청구 사실을 밝히면서 "케이 뱅크 문제를 금융감독 측면의 관점에서 보면, '인터넷 전문은행의 육성'이라는 금융산업정책적 고려가 '건전한 금융업 영위'라는 건전성 감독상의 기능과 규정을 완전히 압도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는 결국 금융위가 주도하는 현행 금융감독체계의 개편 필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케이뱅크의 은행업 인가 과정에서 벌어진 금융위의 위법한 업무행위 의혹에 대해 감사원에 엄정한 감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 금융권력 집중화…소비자 피해로 이어져

(사진=자료사진)
케이 뱅크 인가과정의 의혹은 금융위원회가 인터넷 은행이 금융계에서 '메기' 역할을 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인가를 적극 허용하는 과정에서 편법과 불법이 저질러졌다는 내용이다.

시민단체와 국회, 비판적 전문가들은 이 사례에 대해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보다는 금융산업 육성이라는 정책 목표가 우선되는 현행 금융감독체계의 단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합의제 행정기관인 금융위원회가 금융과 관련한 정책수립 기능과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대한 감독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어 제동(건전성 감독)을 걸기 보다는 가속(금융산업 육성 정책)을 하는데 주력해 결국 국민의 피해를 초래하게 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금융회사들에 대한 감독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엔 재정경제부 소관으로 실제 감독업무는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등 업권별 감독기구를 통해 이뤄졌다.

그러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 필요성을 권고한데 따라 1998년 1월 국무총리실 산하의 '금융감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감독 기능이 재정경제부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산하에 업권별 감독기구들을 통합한 금융감독원을 두고 금웅회사들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금융회사들과 기업의 구조조정 등을 맡아 금융권 재편을 주도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에도 2003년 카드 사태 등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계속되다가 세계 금융위기 와중이던 2008년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서 다시 금융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합쳐 현재의 금융위원회가 설립됐다.

◇ 금융감독체계 개편 '우물쭈물'…대형 금융사태 자초

행정기관인 금융위원회와 법률상 위임을 받아 금융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민간기구인 금융감독원으로 이뤄진 현행의 금융감독체계에 대해선 지난 10년동안 개편 논란이 이어져왔다.

금융감독체계가 금융정책 수립과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 금융소비자 보호의 세 가지 기능을 하려다 보니 정책이 감독보다 앞서고 소비자보다는 금융회사 편을 들게 되는 폐단이 나타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시기 벌어진 2008년 키코 사태, 2010년 신한은행 내부 갈등 사건, 2011년의 저축은행 사태, 2013년 동양 증권 사태 등은 금융감독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 사례들로 거론된다.

2013년 2월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이에 따라 금융감독체계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떼내 독립적 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실제 추진했다.

그러나 2013년 6월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태스크포스'를 꾸려 내놓은 개편안은 금융소비자 보호처를 금융감독원내 준 독립기구로 설립하는 게 골자였다.

이에 대해 대통령이 "금융소비자 입장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재검토하라"고 직접 지시까지 했지만 결국 박근혜 정권에서 감독기구개편은 이 안대로 마무리되면서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처럼 감독기구개편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동안 2014년 카드정보 유출 사태, 2014년 KT ENS 사기대출 사건, KB지주와 은행간 내부 갈등, 모뉴엘 기업 무역금융 편취 사건, 2015년 부산 엘시티 특혜 대출 의혹 사건, KAI 분식회계 사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 등 금융사고는 줄기차게 터져 나왔다.

최근의 케이뱅크 인가 의혹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런 금융 사건이나 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금융감독체계의 근본적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배적이다.

◇ 문재인 정부, 금융구조 개편 추진 동력 있을까?…전문가 '회의적'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문재인 정부는 금융정책과 감독, 소비자 보호의 세 기능을 각기 분리해 서로 견제하도록 하는 안을 대통령 공약으로 내세운데 이어 국정 과제로 삼았다.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에 일임하며 독립적인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설립하는 내용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하자면 정부 조직법 개정이나 금감원이나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독립성 확보 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마련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정부 차원에서 별 다른 공식적인 논의가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 정권의 경험에서 보듯 감독기구개편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지시를 해도 이뤄지지 못한 문제여서 이번에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전문가들 사이엔 많다.

정권 초기 국민의 지지가 높을 때 전격적으로 추진했어야 할 일이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꾸리지 못하고 출범한 새 정부로선 그럴 수가 없었고, 앞으로도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더욱 추진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는 대중적으로 보면 딱딱하고 복잡해 관심을 모으기가 어렵고, 일정 수준 논란도 불가피한데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는 공론화 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