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 이름 같다"는 논란 끝에 채택된 당명(黨名)인 '미래당'이 7일 중앙선거관위로부터 사실상 '사용 금지' 처분을 받은 것부터가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이 과정에서 청년층 중심의 신생정당인 '청년정당 우리미래'(우리미래)의 당 이름을 선점하려 했다는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당 내부에서 통합을 밀어붙였던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탈 행렬이 늘어난 것도 악재다. 한때 측근으로 분류됐던 손금주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 신분으로 남기로 하는 등 원심력이 강화되는 형국이다.
◇ '미래당' 놓고 청년들과 신경전…"민평당 사주" VS "명예훼손"
'미래당' 사용 문제는 안팎으로 분란이 되는 모양새다. 일단 국민의당 의원들과 우리미래 측과의 갈등은 기성정당이 신생정당에 대한 '갑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합추진위 유의동(바른정당)‧신용현(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선관위의 당명 관련 결정을 수용한다"며 "청년들과 당명을 놓고 다투는 것보다 청년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바람직한 미래를 지향하자는 것이 양당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청년층에 대한 갑질 논란을 의식한 결정이다. 그러나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통추위가 황급히 선관위에 국민의당의 약칭으로 '미래당'을 신청한 것을 놓고선 "당명을 뺏으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선관위는 이날 결정문에서 "'국민의당'의 약칭으로 '미래당'을 사용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약칭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미래'라는 글자와 연관성이 없는 국민의당의 약칭 사용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자신들과 무관한 민평당을 끌어들였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청년들과 눈살 찌푸려지는 논박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선거연령 18세 하향을 추진하는 등 2030세대에 주력하려는 신당이 반대 행보로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바른정당 내부에선 안 대표가 '미래당'을 고집했던 배경을 놓고서도 다른 맥락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국민 공모에서 1위를 차지했던 '바른국민'을 한사코 거부한 이유가 '바른'이 '국민'보다 앞에 나오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국민의당 의원들은 '바른'이 앞에 나오는 것이 국민의당이 바른정당에 '먹히는' 결과로 확대 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당 의원은 "바른국민으로 할 것이면 국민바른연대로 하자"고 주장했다.
결국 '바른'이 앞서면서도 '미래'가 포함된 '바른미래당'을 당명으로 하는 것으로 절충됐다. 안·유 대표의 요구사항이 절반씩 반영된 결과다. 미래당을 쓸 수 없게 돼 버렸기 때문에 약칭은 사용치 않기로 했다.
◇ 親安 일각 통합서 이탈…박선숙‧손금주‧이용호 신당行 거부
이로써 바른미래당에 합류를 타진했던 호남 지역 의원 9명 중 권은희‧김관영‧김동철‧박주선‧송기석‧주승용 의원 등 6명만 남게 됐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3명(김성식‧이언주‧이찬열)을 포함해 지역구 의원은 9명 규모로 바른정당의 지역구 의원과 동수를 이루게 됐다. 여기에 송기석 의원이 8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어 결과에 따라 지역구의 균형추가 기울 수 있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13명도 엇갈려 있다. 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이 심정적으로 민평당을 지지하고 있는 가운데 안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박선숙(비례) 의원도 통합에 이견을 갖고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직의 사퇴 의사를 피력했다.
박 의원의 입장 변경에 대해 국민의당 한 의원은 "박 의원이 박지원 의원과 매우 가깝다"며 "통합신당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의원들의 잇따른 이탈로 민평당 성향 비례 의원 4명을 제외할 경우 바른미래당의 규모는 27석이 된다. 반면 민평당은 무소속 의원 2명의 지지를 받을 경우 21석으로 원내교섭 단체 규모(20석)을 넘어설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캐스팅보트를 통합신당이 아닌 민평당이 쥘수도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