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갈등 심화… "대화 없이 노조 조롱"vs"집단 린치"

최남수 사장, 오는 7일 거취 표명하기로

최남수 YTN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노조원들에 에워싸여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제공)
최남수 YTN 사장이 파업 중 출근 시도를 하다 노조와 마주쳐 5시간 가까이 사장실 앞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박진수, 이하 YTN지부)는 '최남수 사장 사퇴와 YTN 바로 세우기'를 내걸고 지난 1일 0시부터 총파업 중이다.


최 사장은 파업 이틀째인 2일 오후, 퇴근을 위해 서울 마포구 상암 YTN 사옥 사장실에서 나왔고 사장실 앞에서 농성 중인 YTN지부 노조원들과 마주쳤다.

노조원들은 이날 최 사장이 MBC '뉴스투데이'에 출연해 노사 합의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 노조원들을 상대로 업무방해 가처분 소송을 낸 것 등에 대해 따져 물었다.

최 사장은 '뉴스투데이'에 나와 노조가 주장하는 '합의'는 없었다고 강조했고, '구두 협의'라는 말을 써 의미를 격하했다. 또한 YTN지부가 공개한 녹취록이 조작됐다고도 주장했다.

노조원들은 최 사장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당신 하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생하느냐", "MBC 나가서 거짓말하니까 좋나", "대화하자면서! 한마디라도 해라", "왜 들어왔나", "나가서 YTN 망신시키니까 좋나" 등의 발언이 나왔다.

약 5시간여 계속된 대치는 오는 7일까지 최 사장이 거취 표명하는 것을 약속하고 나서야 풀렸다. 이때 정복 입은 경찰이 들어와 다시 한번 노조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 노조 "허위사실 공표 후 도둑 출근, 구성원 분노"

박진수 YTN지부장은 3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녹취록) 조작이나 합의가 없었다는 둥 허위사실을 공표한 후에 슬그머니 도둑 출근한 것이 특히 노조원들을 분노하게 했다"며 "셀프 감금한 상태에서 (노조) 대표자 몇 명을 들어오라고 하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 지부장은 "저희는 '왜 회사에 들어왔나', '왜 문을 잠갔나' 등을 물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만 하고 묵묵부답이었다. MBC에 가서는 노조와 언제든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해 놓고 사장실 문을 걸어 잠근 건 구성원들을 조롱하는 일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사장은) 여러분들 어떤 의견인지 잘 들었으니 본인이 고심한 후에 결정하고 싶다고 했다. 5일까지 답을 달라고 하니 못 한다고 해서 7일까지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고 부연했다.

지난 2일 열린 YTN지부의 파업 2일차 집회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제공)
경찰이 투입된 것에 대해서는 "(최 사장은) 시종일관 (경찰 투입에 대해) 모른다고 얘기했다. 회사 경영 쪽에서 신고받은 건 확실하지만 신고자를 얘기해 줄 수 없다는 게 경찰 입장"이라며 "정복 입은 경찰이 언론사에 출동한 것은 과거 정부 10년 동안에도 거의 없었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 지부장은 "노조원들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과 대화하는 건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대화나 협상을 재론하는 것은 저희를 농락하는 것이라고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지부장은 또한 2일 YTN 명의로 나온 공식입장을 강력 비판했다. YTN은 "사실상 최 사장을 감금한 채 집단 린치를 가한 것"이라며 "(회사는) 인내가 해답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에게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물어 사후 대처에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이에 박 지부장은 "최 사장이 또 YTN이라는 이름을 도용했다. 같이 앉아서 물 마시고 아이스크림 먹었으면서 '집단 린치'라는 말이 가능한지 되묻고 싶다. 본인이 '듣는 자리'라고까지 했는데 빠져나가자마자 '집단 린치'라고 하는 건 부적격을 보여주는 또 한 장면"이라고 꼬집었다.

◇ 최남수 사장 "정당화될 수 없는 폭력"

반면 최 사장은 자신을 향한 집단적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맞섰다. 최 사장은 같은 날 통화에서 "이전부터 주중에도 몇 번씩은 출근했다. 어제도 실국장 회의를 주재했고 오후에 업무를 보기 위해 들어갔다"며 "(사장실 앞에서) 대치한 게 아니라 집단 린치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제가 사무실에 있으면 평상시에도 집단적인 언어폭력을 하니 그걸 피하기 위해 문을 잠갔고, (노조) 대표자 몇 명만 들어와 얘기하자고 했는데 거부하더라. 1시간 정도 있다 나갔는데 수십 명이 저를 옴짝달싹 못 하게 에워싸고 욕설과 비방을 했다. 폭언, 고성, 모욕, 조롱, 협박 등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제공)
경찰 출동을 두고는 "굉장히 유감스럽지만 원인 행위가 없었다면 (경찰이 들어오는) 결과가 없지 않았겠나. 4시간 넘게 위협적인 분위기 속에서 폭언, 욕설, 폭력을 당하고 있었다"며 "불법 정도가 심각하고 신변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조치가 일어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MBC '뉴스투데이' 인터뷰에 대해서도 "늘 해 왔던 얘기를 한 거다. 노조도 저도 달라진 입장이 없다. 그런데 그게 MBC에 나갔다고 해서 왜 갑자기 화가 날 문제인가. (인터뷰 때문에 분노했다는) 노조 말이 맞는다고 해도 집단 린치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사안이 있을 때마다 사장 이름으로 발표를 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기자회견할 때도 있고 대변인이 발표할 때도 있지만 그게 대통령 의견이 아닌 것은 아니지 않나. 그렇게 이해하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최 사장은 "끝까지 사퇴는 없다. 사퇴는 절대 안 한다. (노조) 강요에 굴복하면 안 되지 않나. 그렇다고 노조와 싸우겠다고 선언할 생각도 없다. 노조가 준 선택지가 제 답은 아니"라면서 7일까지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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