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냥 봉사하게 해주세요' 자원봉사자 발목 잡는 평창 셔틀버스

뒤죽박죽 운행 탓에 '강제 노쇼'당해도 '책임은 봉사자 몫'

2일 오전 2018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이 강릉 아이스아레나로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이 무질서한 셔틀버스 운행 때문에 고충을 겪고 있다.

조직위원회가 사태 해결에 나섰지만 셔틀버스 관련 민원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땜질식 처방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늦고, 안 오고…뒤죽박죽 셔틀버스 운행

강원도 평창군 국제방송센터(IBC)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A(20) 씨는 지난 31일 추위 속에 2시간가량 떨어야 했다. 오후 6시 20분에 도착하기로 한 셔틀버스가 제시간에 오지 않아서다. 언제 올지 모르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구르던 A 씨는 결국 다음 차편인 오후 8시 10분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A 씨는 "이런 일은 말로 다하기 힘들 정도로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아무 걱정 없이 봉사에만 전념해도 모자랄 판에 열악한 환경에 발목을 잡히는 셈이다.

조직위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버스 노선도와 운행 시간표를 제공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그러나 "셔틀버스 정보 자체가 잘 올라오지 않을 뿐더러 이마저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입을 모았다.

조직위 관계자는 "들어오는 인력과 스케줄이 계속 바뀌다 보니 차량의 지연 도착이 일부 있었다"고 해명했다.


◇ 셔틀버스 탓에 '강제 노쇼' 당해도 '책임은 봉사자 몫'

2일 오전 2018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이 강릉 아이스아레나로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심지어 '자원봉사자들의 발'인 셔틀버스가 봉사활동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 B(21‧여) 씨는 "오기로 했던 셔틀버스가 안 와서 강제로 근무를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B씨에 따르면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의 AD 카드(Accreditation Card·승인 카드)로 출석체크를 한 뒤 근무를 해야 봉사활동 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셔틀버스 때문에 근무지에 가지 못해 '강제 노쇼'를 하게 되면 원치 않는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한 익명의 자원봉사자는 지난달 31일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숙소에서 근무지로 가는 셔틀버스가 없어 5일간 강제휴무를 하고 있고, 아직까지 셔틀버스 배정과 관련된 확답을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조직위는 억울하더라도 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출근을 못했으니 휴무로 처리해야 되지 않겠느냐"라며 "차편 때문에 출근을 못한 건 이해가 가지만 무턱대고 봉사활동 시간을 인정하게 되면 출근한 봉사자들이 불만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어차피 자원봉사자들이 한 주에 이틀은 쉬어야 한다"며 "차편 때문에 출근을 못한 그날 쉬면 자연히 해결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 '우리 부서 문제 아니다' 누구의 올림픽인가

자원봉사자들은 근본적인 문제로 책임과 소통의 부재를 뽑았다.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명확한 책임자가 없고, 불만을 토로할 창구가 없다는 것이다.

자원봉사자 C 씨는 "셔틀버스로 인한 불편이 생겼을 때 어디다 문의하거나 건의할 창구조차 없다"며 "버스 운영 체계가 굉장히 미흡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직위 자원봉사부는 "버스운행에 대해서는 수송부서에 문의하라. 차량 운행에 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책임을 돌렸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2일 오전 조직위 버스운영팀과 수십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해당 팀 내 모든 내선전화가 막혀 소통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버스 운영팀 관계자는 "오늘부터 각 노선별로 책임자를 배정하고, 선수촌과 미디어촌에 전용차량을 할당해 불편함을 줄이겠다"며 "오는 6일부터 버스 운행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버스 안내창구를 설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직 개막까지는 시간이 있고, 곧 본격적인 '대회 체제'로 돌입하는 만큼 버스를 130대 추가 투입해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