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세이프가드' 美 파상공세에 韓 맞불작전 불사

ITC의 한국산 제외 권고에도 고율관세 부과…정부, 정공법 대응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한데 이어 세탁기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내리며 통상 압박을 본격화했다.

‘관세폭탄’을 맞게 된 삼성과 LG 등 우리 기업들은 수출 경쟁력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정부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확인된 이상 정면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CSPV) 셀·모듈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최종 결정했다.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은 쿼터량 초과분에 대해 최대 30~50%의 고율 관세가 3~4년에 걸쳐 부과된다. 우리 기업이 석권하다시피 한 세탁기 완제품의 경우에는 쿼터량 내 관세율도 16~20% 매겨져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태도로 미뤄 이번 무역보복 조치는 다른 산업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산 세탁기는 세이프가드에서 제외할 것을 권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반영되지 않은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혹시나 했던 기대가 역시나로 끝나자 우리 정부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유감의 뜻을 밝히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세이프가드 발동을 위해서는 급격한 수입 증가나 심각한 산업 피해, 이 둘 간의 인과관계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승소를 자신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3일 긴급 민관합동대책회의에서 자신의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재판관 경력을 언급하며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는 WTO 협정에 위배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대거 투자하며 미국 경제에 기여했음에도 이런 처분이 내려진 것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별 여과 없이 표출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은 국제 규범보다는 국내 정치적 고려를 우선시한 조치를 결국 선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의 공세적 발언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FTA 개정 2차협상까지 고려한 기세 싸움으로 해석된다.

한미 양측은 이달 초 미국에서 1차 개정협상을 가졌지만 아직까지도 결과는커녕 의제조차 명확히 공개되지 않을 만큼 신경전이 치열하다.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로 인해 미국의 태도가 다소나마 누그러들 것이란 기대도 할 수 없는 상태다.

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제현정 박사는 “한미 FTA는 무역적자를 근거로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협상이고, 세이프가드는 월풀 같은 미국 기업들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며 “수혜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연관 지을 성격이 못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미 FTA 개정협상 역시 가시밭길 여정을 예고하고 있지만 정부는 세이프가드에 대한 대응과 마찬가지로 정공법으로 단호히 맞선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FTA로 인해 한국보다 오히려 미국의 수출이 더 많은 혜택을 봤다는 연구자료 등을 근거로 ‘이익 균형’에서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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