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각) 타스 통신 등 러시아 언론들은 "빅토르 안이 평창올림픽 참가 명단에서 제외됐다"면서 "블라디미르 그리고리예프 등 동료들도 출전이 허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지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르트 엑스프레스'도 빅토르 안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작성한 평창 올림픽 출전 허용 선수 명단에서 빠졌다고 전했다. 이어 이 매체는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빅토르 안과 그의 러시아팀 동료 몇 명이 '맥라렌 보고서'에 이름이 올라가 평창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맥라렌 보고서는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 실태를 폭로한 캐나다 법학자 리처드 맥라렌이 작성한 것.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막에 앞서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펴낸 보고서로 러시아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자국 선수 1000 명의 도핑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나와 있다. 여기에 빅토르 안이 올라와 있다는 것은 금지약물 복용 가능성을 의미한다.
IOC는 지난해 12월 국가적으로 도핑 조작을 주도한 러시아에 대해 평창올림픽 출전 불허 결정을 내렸다. 다만 도핑 테스트를 통과한 '깨끗한' 러시아 선수들에 대해서는 개인 자격으로 참가할 길을 열어줬는데 빅토르 안은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다.
러시아빙상연맹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회장은 "빅토르 안의 출전 배제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면서 "어떤 명단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맥라렌 보고서를 검토했지만 거기에 빅토르 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금지약물 복용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빅토르 안의 약물 복용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빅토르 안은 한국 국적이던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르며 쇼트트랙 황제로 떠올랐다. 이후 부상으로 한국 대표팀 선발전에서 탈락해 2010년 밴쿠버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이후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해 빅토르 안이 됐고,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르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빅토르 안은 이번 평창올림픽에도 출전해 유종의 미를 거둘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달 IOC의 러시아 출전 불허 결정에 대해 빅토르 안은 모교인 한국체대 훈련 중 인터뷰에서 "평창은 포기할 수 없는 무대"라면서 "개인 자격으로라도 출전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소치올림픽 당시 빅토르 안은 한국 대표팀의 부진과 맞물려 국내 팬들로부터 엄청난 지지를 받은 바 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도 빅토르 안이 왜 한국을 떠나 러시아로 귀화했는지 진상을 조사하라는 서슬푸른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때문에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빅토르 안의 옛 은사 전명규 당시 부회장이 사퇴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또 연맹은 파벌 싸움과 내부 부조리 때문에 빅토르 안을 배제했다는 루머에 시달려 맹비난을 받아야 했다. 다만 빅토르 안은 "부상 때문에 한국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고 올림픽에 나서기 위해 귀화를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빅토르 안의 전성기 못지 않았던 기량이 약물 때문이었다는 점이 밝혀진다면 팬들의 배신감도 그만큼 클 수 있다.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이 2010년 부상 때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