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안' 현수, 정녕 당신도 약물이었나요?

'진짜 약물의 힘이었나요?'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은 러시아로 귀화해 출전한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3관왕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전 세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금지약물 복용 의혹이 제기되면서 인생 최대의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소치올림픽 당시 기자회견 때 모습.(자료사진=노컷뉴스DB)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33 · 한국명 안현수)가 고국에서 열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금지약물 복용 의혹이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타스 통신 등 러시아 언론들은 "빅토르 안이 평창올림픽 참가 명단에서 제외됐다"면서 "블라디미르 그리고리예프 등 동료들도 출전이 허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지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르트 엑스프레스'도 빅토르 안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작성한 평창 올림픽 출전 허용 선수 명단에서 빠졌다고 전했다. 이어 이 매체는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빅토르 안과 그의 러시아팀 동료 몇 명이 '맥라렌 보고서'에 이름이 올라가 평창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맥라렌 보고서는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 실태를 폭로한 캐나다 법학자 리처드 맥라렌이 작성한 것.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막에 앞서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펴낸 보고서로 러시아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자국 선수 1000 명의 도핑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나와 있다. 여기에 빅토르 안이 올라와 있다는 것은 금지약물 복용 가능성을 의미한다.

IOC는 지난해 12월 국가적으로 도핑 조작을 주도한 러시아에 대해 평창올림픽 출전 불허 결정을 내렸다. 다만 도핑 테스트를 통과한 '깨끗한' 러시아 선수들에 대해서는 개인 자격으로 참가할 길을 열어줬는데 빅토르 안은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다.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지난해 서울 송파구 한체대 빙상장에서 러시아팀과 훈련을 하는 모습. 이한형 기자
IOC는 러시아가 제출한 평창올림픽 참가 희망 선수 명단 500명 중 111명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에 관여한 발레리 프루네롱 독립도핑검사기구(ITA) 위원장은 과거 금지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은 모든 선수를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남은 389명에 대해 약물 검사와 도핑 샘플 재조사 등을 거쳐 최종 명단을 확정하는데 여기에 빅토르 안이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빙상연맹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회장은 "빅토르 안의 출전 배제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면서 "어떤 명단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맥라렌 보고서를 검토했지만 거기에 빅토르 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금지약물 복용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빅토르 안의 약물 복용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빅토르 안은 한국 국적이던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르며 쇼트트랙 황제로 떠올랐다. 이후 부상으로 한국 대표팀 선발전에서 탈락해 2010년 밴쿠버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이후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해 빅토르 안이 됐고,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르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빅토르 안은 이번 평창올림픽에도 출전해 유종의 미를 거둘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달 IOC의 러시아 출전 불허 결정에 대해 빅토르 안은 모교인 한국체대 훈련 중 인터뷰에서 "평창은 포기할 수 없는 무대"라면서 "개인 자격으로라도 출전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2011년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할 당시 빅토르 안의 모습.(자료사진=윤창원 기자)
그러나 IOC의 허용 선수 명단에 빠지면서 고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여기에 만약 금지약물 복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빅토르 안은 비난 여론 등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소치올림픽 당시 빅토르 안은 한국 대표팀의 부진과 맞물려 국내 팬들로부터 엄청난 지지를 받은 바 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도 빅토르 안이 왜 한국을 떠나 러시아로 귀화했는지 진상을 조사하라는 서슬푸른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때문에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빅토르 안의 옛 은사 전명규 당시 부회장이 사퇴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또 연맹은 파벌 싸움과 내부 부조리 때문에 빅토르 안을 배제했다는 루머에 시달려 맹비난을 받아야 했다. 다만 빅토르 안은 "부상 때문에 한국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고 올림픽에 나서기 위해 귀화를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빅토르 안의 전성기 못지 않았던 기량이 약물 때문이었다는 점이 밝혀진다면 팬들의 배신감도 그만큼 클 수 있다.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이 2010년 부상 때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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