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돌연 '개헌 패키지딜' 카드…공수 전환 의도

김성태, '적극성' 어필…"논의 6월 30일까지 끌 필요 없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문재인 관제개헌 저지 국민개헌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개헌정국이 정부 여당의 속도전 대 한국당의 방어전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패키지 딜'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통령 권한 분권 등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구제 개편을 연동해서 논의하자는 것이다.


시점도 당초 주장했던 (특위 활동 기한인) '6월 여야 합의'에서 한 발 물러나 "꼭 6월 30일까지 시간을 끌면서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여권이 '6월 지방선거 동시개헌'은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며 권력구조·선거구제 개편을 뺀 '최소 개헌'을 추진하려 하자, 시기가 핵심이 아니라 '내용이 핵심'이라며 논의를 주도하고 나선 것이다.

방어에 집중해 '문재인 개헌 절대 불가'를 외치던 것에서 입장이 다소 변한 것으로, 일단은 '한국당 = 반(反) 개혁 세력'이라는 여권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한국당은 이렇게 '패키지 딜' 카드를 내세우면서,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막음과 동시에 향후 정국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바로 전날인 15일까지만 하더라도 "개헌 여야 합의안을 6월까지 도출해내겠다"고 말했다. 6월은 헌정특위(개헌-정치개혁 특위)의 활동 기한이다. 6월까지 합의안을 도출해 올해 연말까지는 개헌을 이뤄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16일 김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꼭 6월 30일까지, 이렇게 그 기간에 굳이 시간을 끌어가면서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전히 6월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실시는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여당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2월~3월까지 합의는 아니더라도 개헌 논의 자체를 질질 끄는 모양새는 취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개헌 내용에 대해서는 김 원내대표는 "현재 헌법 개정과 선거구제 개편, 또 관련한 여러 가지 권력구조에 관한 문제점은 지금 각 정당별로 조금 인식이 다르다"며 "전체 패키지 딜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냐, 이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구제 개편을 연동해서 논의하자는 것이다.

한 원내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선거구제를 빼놓고 개헌을 기본권, 권력구조 등만 갖고 하기는 어렵다"며 "권력구조와 선거구제는 자연스럽게 연동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방점은 개헌의 내용에 있다"며 문 대통령이 개헌을 6월 지방선거 시기로 못 박은 데 대해 "어느 특정시기로 정해서 그때는 무조건 해야 하고, 합의가 안되면 합의된 최소 개헌만 해야 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개헌에 대한 진성성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도 통화에서 분권형 대통령제 등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고자 한다면 그것만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그래서 (두 사안이) 맞물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력구조·선거구제 개편을 패키지딜의 대상으로 동시에 거론한 것은 국민의당과 공조해 '최소 개헌'을 막겠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력구조 개편 방향과 관련해선 국민의당도 분권형 대통령제를 지향하고 있다.

선거구제 개편은 양측이 이견이 있지만, 조율할 수 있다는 기류도 한국당 쪽에서 감지된다.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한국당의 한 의원은 "개헌이 가능하려면 야권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 역시 "우리 자신도 우리의 기존 주장에 경도된 입장만 가지면 안 된다"고 했다. 소선거구제를 선호해 온 기존 입장에서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추미애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달 안으로 민주당의 개헌안을 확정짓겠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이 자리에서 '개헌세력'과 '호헌 세력'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한국당을 호헌 세력으로 규정했다. 한국당도 조만간 '개헌 의원총회'를 열어 한국당의 개헌 당론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앞으로 진정하게 개헌을 하고자 하는 입장과, 입으로는 개헌을 외치지만 개헌을 하지 말았으면 하는 입장이 시간이 갈수록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국면 전환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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