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정부의 가상화폐에 대한 대응'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일단 보류하고 거래 실명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말로 요약된다. 투자 심리가 과열된 상황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블록체인이라는 첨단 기술을 인정하는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 거래소 폐쇄안 최후의 보루로 남겨…정부, 투기 '강경 규제' 시각 여전
국무조정실이 정리한 정부 입장은 두 갈래다. 가상화폐 투기는 강력하게 막되,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지난주 가상화폐 시장을 요동치게 했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안은 잠정 보류됐다.
정부는 시세 조작과 자금세탁, 탈세 등 거래 관련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다시 한 번 예고했다. 정부가 불법 투기 세력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며 이를 통해 투기 과열 양상도 잠재우겠다는 뜻이 엿보인다.
거래소 폐쇄안 역시 아예 접지 않고 미뤄둠으로써, 정부가 가상화폐 투기가 지나치다는 시각을 보여주는 동시에 최후의 억제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남겼다.
특히 가상화폐가 법정 화폐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등 개인의 책임을 강조한 것은 향후 가상화폐 거품이 터졌을 때를 대비한 예비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는 한편 가상화폐 관련 규제가 중·장기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규제안이 발표될 때마다 시장이 요동치는 건 정부의 단편적 접근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 공동대표는 "정부가 빠르고 용기있게 유연해진 정책으로 선회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자꾸 단기 대책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우려스럽다. 중장기적으로 일본처럼 법제화 하는 단계로 돌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가상화폐 규제 입법 전까지, '실명제 도입'해 현실적 규제
국무조정실이 범정부 차원에서 '키'를 쥐고 가상화폐 관련 정책의 통일된 입장을 줄 것이라고 말했지만, 가상화폐 투기 억제에 전면에 나서는 것은 금융당국이다.
이날 정부가 강조한 것은 당초 지난해 12월 28일날 특별대책에서 밝힌 '가상화폐 실명제' 도입이다. 가상화폐 규제 관련 입법까지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전까지 은행을 통한 현실적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은행권이 실명제 도입 여부를 고민했지만,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의 협조 여부에도 문제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늦어도 이달 말 쯤에는 가상화폐 실명제가 본격 도입될 전망이다.
가상화폐 실명제가 도입되면, 가상화폐 거래소의 회원은 아무 계좌로나 입출금 거래를 할 수 없고 가상화폐 거래소가 이용하는 은행의 계좌를 통해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만약 해당 거래소가 A 은행 계좌만 갖고 있으면 고객도 A은행 계좌가 있어야만 입출금이 가능하다.
이렇게 할 경우 금융당국은 은행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를 간접 규제할 수 있다. 고객이 가상화폐 거래소로 입금을 신청하면 은행은 고객의 이름과 계좌번호 뿐 아니라 주민등록번호까지 확인한다. 이에 따라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 국내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은 아예 투자하지 못하도록 은행이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은행들은 이른바 '위험고객 확인 의무'에 따라 거래소 계좌에 들어오는 일정 금액 이상 투자자금에 대해 일일이 거래 목적과 자금 출처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만 건씩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은행들이 거래의 목적과 출처를 확인할 수 없어 스스로 계좌를 정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투자자들과 업계는 가상화폐 실명제가 도입되면 거래가 안정화되고 신규 투자자들도 진입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새롭게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투자자들이 실명제 도입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글이 속속 올라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명제가 도입되면 당장은 거래가 조금 줄어들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 거래로 인식돼 투자의 호재로 보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고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