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예외는 있다.
빙상에 피겨 스케이팅이 있다면 설상에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가 대표적이다.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종목들이다.
화려한 패션의 스노보드 선수가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키는 장면을 보면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저 도는 것도 아니다. 일단 보드를 잡고, 때로는 앞으로, 때로는 뒤로, 때로는 대각선 방향으로 몸을 1~4바퀴 돌린다. 당연히 몸을 더 높이 띄우고, 더 많이, 또 더 정확히 회전시킬 수록 점수가 높다.
대신 고난이도 기술을 구사할 때 착지에 실패해 다칠 위험도 더 커진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가 익스트림 스포츠로 유명한 이유다. 실제로 현 세계 최고의 하프파이프 선수 숀 화이트(미국)는 지난해 10월 얼굴을 62바늘이나 꿰맸다.
이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종목이다.
단순한 반원통형 경기장이 아니다. 출발점 높이는 약 80m, 경사도는 16~18도. 양 옆으로 7m에 가까운 둥근 벽을 타고 점프하면 바닥과 거리는 11m 정도가 된다. 건물 4~5층 높이로 치솟아 몸을 회전시키고, 또 회전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점프 때 속도는 시속 40~50km에 이른다. 최소 5번 점프를 해야 하니 그야말로 설원 위 서커스나 다름 없다.
피겨 스케이팅과 마찬가지로 점수로 승부를 가린다. 6명의 심판이 높이와 회전, 테크닉, 난이도 등을 기준으로 채점한다. 만점은 100점으로 최고, 최저 점수를 뺀 4명의 평균이 최종 점수다. 기회는 세 차례 주어지며 최고점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프런트사이드 더블 콕 1440 같은 경우는 앞으로 두 바퀴(프런트사이드 더블)를 도는 동안 몸을 비틀어 측면(콕)으로 네 바퀴(1440도) 회전하는 기술. 1080 테일 그랩은 공중에서 3회전(1080도)하며 뒷손으로 보드 뒷쪽(테일 그랩)을 잡는 기술이다.
마이클 척 플립처럼 선수 이름을 딴 기술도 있으니, 기술 종류가 너무 많아 하나하나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
사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를 즐기는데 있어 기술 이름을 외울 필요는 없다.
너무 순식간에 기술이 펼쳐져 실제로 몇 바퀴를 돌았는지 육안으로 확인하기가 어렵다. 누가 높이 뛰고, 더 많이 회전하고, 보드를 오래 잡고 있는지만 봐도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를 즐기는데 큰 문제가 없다. 그저 공중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스노보드 쇼에 흠뻑 취하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