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15일 오후 제주도청을 찾아 원희룡 제주지사와 1시간 가량 대화했다.
정병국 전 대표와 함께 원 지사를 만난 유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통합문제에 대해 원지사에게 소상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정체성을 잃는 통합이 아닌 건전하고 합리적인 중도와 함께 하는 통합이라는 설명도 했다"고 그는 말했다.
유 대표는 또 "조금 길게봐서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 보수가 변화해야 한다는 얘기를 주고 받았다"고 설명했다.
원 지사도 기자들과 따로 만나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사이 진행되는 통합 움직임과 그 뜻, 여러가지 내부적인 상황들을 주로 듣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특히 원 지사는 통합에 합류할 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다.
원 지사는 여당과의 1대 1 구도를 만들기 위한 선거연대가 우선이고 유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이 먼저라는 엇갈린 입장 속에서 이번 만남이 서로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한 것이다.
유 대표가 급히 제주를 찾은 건 역시 원 지사의 잔류가 바른정당의 최대 과제이기 때문이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자유한국당에 복당하면서 당의 마지막 광역단체장인 원 지사의 존재감이 커진 상황이다.
원 지사 마저 탈당 대열에 합류하면 개혁보수의 상징성은 약화되고 당의 향후 진로는 물론 국민의당과의 통합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원 지사가 최근 자유한국당 복당은 물론 통합신당 합류에도 부정적인 발언들을 쏟아 내면서 유 대표의 제주방문을 더욱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당초 바른정당은 오는 19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제주를 찾아 국회의원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또 바른정당 내부에서 유 대표가 탈당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유 대표를 움직이게 한 이유다.
어떤 모습으로 귀착이 될지 본 다음, 그 상황에 맞게 동지나 지지자들과 폭넓고 깊은 논의를 통해 향후 행보를 선택하겠다고도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한 바른정당 지도부가 원 지사를 직접 찾아 설득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유한국당도 오는 19일 홍준표 대표가 미래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주도당 신년인사회 참석차 제주를 찾는다.
홍 대표와 원 지사의 만남이 성사될지는 불확실하지만 '또 한분의 광역단체장이 한국당 복당을 준비하고 있다'는 홍 대표의 최근 발언을 볼때 물밑작업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몸값이 치솟고 있는 원희룡 지사를 향해 정치권의 구애작전이 점입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