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AR 글래스 탄력받나…CES에 나타난 애플 임원들

페이스북·구글·삼성 등 공룡 기업들 AR 기술·부품 공급 업체들과 접촉

AR 스마트 글래스 (유튜브 갈무리)
애플은 자사의 하드웨어, 기술, 서비스가 소비자 제품으로 폭넓게 확산되어있음에도 세계 최대 IT 가전쇼인 CES에 참가 하지 않는 몇 안되는 글로벌 기술 공룡 기업이지만 최근 애플 임원 등 관계자들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됐다.

블룸버그 통신과 밸류워크 등 정보기술 매체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자사가 개발중인 코드명 'T288' 증강현실(AR) 스마트 글래스 생산에 필요한 AR 부품 업체들을 잇달아 만났다. 업체 정보나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애플의 AR 글래스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CES 2018에서 페이스북의 VR 헤드셋 개발 업체인 오큘러스는 기존 모델보다 저렴한 200달러 상당의 오큘러스 고(Oculus Go)를 공개했다. HTC는 자사 VR 헤드셋 '바이브'를 잇는 차세대 '바이브 프로(Vive Pro)'를 공개했다. 향상된 성능과 디자인, 특히 무선 어댑터 출시로 주목을 받았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물론 휘발성 메시지로 유명한 스냅과 중국의 샤오미도 핵심 부품 업체들과 접촉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삼성과 LG는 AR 헤드셋 프로토타입 개발용 부품을 공급받는 계약을 이미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CES에서 최근 몇년간 가장 큰 기술 트렌드 중 하나는 AR과 VR 기술, 그리고 이를 혼합한 MR 혹은 XR이었다. 하지만 AR/VR 헤드셋 장비는 비싼 가격과 대중화된 플랫폼 부족으로 시장 확장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이번 CES 2018에서는 상당한 기술의 진화로 완전히 새로운 흐름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AR 기술회사 루머스(LUMUS)의 아리 그로브만 CEO는 "거의 모든 업계가 AR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일부는 시장을 리드 할 것이고, 일부는 즉시 이를 쫓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글로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 업체인 플렉스(Flex)의 마이크 데니슨 수석 임원은 "AR이 떠오르는 시장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AR 장치를 생산하는데는 많은 파트너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기업들에 있어 AR 기술 업체들과의 경험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팀 쿡 CEO는 지난해 "간단히 말해 우리는 AR이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2019년 말까지 AR 글래스를 개발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8GHz의 초고대역 주파수를 사용하는 이동통신 기술인 5G가 표준화되는 2020년 가장 큰 혁신 제품 중 하나로 AR 글래스인 '스마트 글래스'가 꼽히고 있다.

애플 증강현실(AR) 개발자도구 ARKit (애플)
AR 글래스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헤드셋을 위한 고성능 디스플레이와 프로세서, 강력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애플은 이를 위해 주요 공급업체들과 다각적인 접촉을 진행하고 있으며 자체 AR 글래스에서 작동하게 될 'rOS' 운영체제를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기술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머리동작 인식 기술, 음성 비서 시리, 터치 패널을 통합하기 위한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사업을 접었다가 최근 다시 추진하고 있는 구글 글래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는 기술 응용이 아직 일부 기업이나 연구시설에서 시험용으로 사용되는 등 지엽적인 수준이지만 소비자용 플랫폼을 개발하는 애플이 부품 공급업체와 접촉했다는 점은 AR 글래스의 현실화가 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밸류워크는 강조했다.

애플은 지난해 여름 AR/VR 헤드셋 개발 스타트업 버바나(Vrvana)를 3000만달러(약 326억원)에 인수했다.

버바나는 캐나다 몬트리올 지역 기반의 AR/VR 헤드셋 개발 업체로 AR과 VR의 두 핵심 기술을 이용하여 하나의 헤드셋으로 양자의 체험이 모두 가능한 확장현실(XR·extended reality) 헤드셋 '토템(Totem)'을 개발하고 있다.

토템은 PC·웹·모바일·독립방식 등 어떤 플랫폼에서도 환경의 변화 없이 완벽하게 동일한 환경으로 AR/VR을 이용할 수 있는 '이음새 없는 혼합(seamless blended)' 방식의 혁신적인 'XR 헤드셋'이다.

토템은 지난해 CES 2017에서 '톰스 하드웨어 베스트 제품'으로 선정되며 눈길을 끌었다. 프로토타입 수준의 B2B 시범용 50대가 제작 됐고, 이 중 하나가 애플에도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라지 탈루리(Raj Talluri) 퀄컴 테크놀로지 수석 부사장은 지난해 9월 서울에서 개최된 '스마트 클라우드 쇼 2017’ 기조연설에서 "2020년쯤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5G 시대 이후에는 굉장한 XR 헤드셋 기기가 나오게 될 것"이라며 "XR 기술이 탑재된 안경을 쓰고 실제 환경에 활용하게 된다면 굉장한 효용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애플은 혼합현실(MR) 플랫폼을 활용한 응용프로그램을 아이폰 단말기에서 구현 할 수 있도록 했고, 현재 개발 중인 AR 헤드셋은 기존 디바이스보다 더 심플한 독립형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AR 헤드셋에 탑재 할 자체 칩셋을 디자인하고 있다"면서 "애플워치에 탑재되는 '시스템 온 패키지'형, 즉 GPU에 AI 칩, CPU 등을 더 작은 공간에 적용할 수 있고 소비전력도 낮은 칩셋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기술업계에는 디바이스의 소형화로 초박형 단일 칩 시스템을 탑재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인텔은 최근 AMD와 협력해 CPU와 GPU 메모리를 결합시킨 노트북용 프로세서를 발표한 바 있다.

구성이 단조롭고 공간이 협소한 헤드셋에 3D 비디오와 인터랙티브 기능을 탑재하고 충분한 배터리 사용 시간과 편안한 착용성을 실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PC나 콘솔, 스마트폰 등 특정 기기에 종속된 현재의 가상현실(VR) 디바이스는 사용 전후의 준비과정이 만만치 않다. 디바이스 자체 무게나 크기도 커서 일상적으로 휴대하기 어려워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혀왔지만 최근 기술 발전으로 이같은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 있다.

루머스의 그로브만 CEO는 "당신에겐 윈도우가 있고, 애플 제품이 있고, 안드로이드 제품이 있다. 그리고 거대한 중국 시장이 있다"며 AR 시장이 대세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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