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포·철새 무릅쓴 남경필 한국당行…조조의 길

"남경필, 고사 직전의 보수 본가 혁신…이재명, 이익 쫓지말고 국민 선택"

남경필 경기도지사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세상을 어지럽히는 동탁을 토벌할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조조가 되는 길을 택하겠습니다."

이는 남 지사가 지난 13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비판하며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린 소회다.

이를 두고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15일 오전 "남 지사는 복당을 앞두고 자신을 삼국지의 조조(曹操)에 비유했는데, 국민은 그 조가 새 조(鳥)라는 걸 다 안다"며 "남 지사는 철새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사진=신병근 기자)
여권의 차기 경기도지사 유력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도 "조조는 시류에 따라 진영을 옮겨 다니지는 않았다"며 남 지사를 용맹하지만 의탁할 곳을 찾은 여포에 빗댔다.

하지만 남 지사는 과거의 동지, 경쟁자들의 비판을 뒤로 한 채 이날 오후 적폐청산의 칼을 휘두르며 과거와의 전쟁에 몰두하는 문재인 정부와 맞서겠다며 보수의 본가를 자처하는 자유한국당행을 택했다.


남 지사는 "1년 전 탄핵에 찬성하며 바른정당을 창당했고 그것이 국민과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는 보수의 길이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바른정당은 스스로 기회를 놓쳤고 (저 또한) 실패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며 자성했다

남 지사는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이를 만회하는 길이 국민의당과 합당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중도통합에 앞서 흔들리는 보수부터 통합하고 혁신해야 한다. 보수통합이 없는 바른정당은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의 칼을 앞세우고 협치는 뒷전인 현 정부는 대한민국의 미래보다 과거와의 싸움에 몰두하고 있으며 통합의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남 지사는 이어 "그 첫걸음이 제1야당이자 보수 본가의 혁신이며 고사 직전의 위기에 빠진 보수를 살리기 위해 또 한 번 정치적인 선택을 하려 한다"며 당위성을 내세웠다.

내년 6·13지방선거에 대해서는 "하나의 힘으로 건강한 보수, 똑똑하고 유능한 보수를 재건해 국민에게 사랑받는 보수를 만드는 데 헌신하고 당당하게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받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바른정당에 대해서는 "남아 계신 분들의 건투와 건승을 빈다. 지금은 각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길을 가지만, 머지않아 다시 한 길에서 만날 것"이라며 보수 대통합론의 불씨를 남겼다.

(사진=남경필 페이스북 캡처)
그러나 바른정당 하 최고위원은 남 지사를 '철새'에 빗대며 "그는 구 새누리당에서 가장 먼저 탈당했고 가장 세게 보수 단일화에 반대했던 분인데 보수 대통합 기치를 내건 것은 자기 우물에 침을 뱉고 돌아가겠다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남 지사를 여포에 빗댄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성남시 기자간담회에서 남 지사는 현재 보수진영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자유한국당 복당에 대해서는 "(여포처럼) 자기 이익을 쫓아서 다닐게 아니라 본인의 정치적 입장과 정책, 비전을 명확히 정리하고 그것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도 "그런데 국민들이 뭘 원하는 것을 보고 거기에 자기를 맞추기 시작하면 자기가 없어진다. 여포는 실력은 출중한데 자기 세계가 아닌 남의 세계에 의탁했는데 남 지사가 조조라 하니 여포에 가깝다 했다"고 전날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다른 여당의 경기도지사 후보군인 양기대 광명시장도 이날 경기도청 기자들과 만나 "남 지사는 훌륭하고 합리적인 정책들은 많이 했지만 문제해결 능력은 다소 부족한 것 같다"며 버스 준공영제를 예로 들었다.

양 시장은 "경기도가 31개 시·군과 빨리 만나 문제를 풀었어야했는데 도정을 대권 도전의 디딤돌로 삼느라 경황이 없었던 것 같다"며 "창당한 당을 버리고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기 위해 고심하고 결국 도정 돌볼 시간이 없었던 것 아니냐"고 쓴 소리를 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