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으로 가능한 단일팀은 여자 아이스하키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12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2018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을 마친 뒤 "평창올림픽에서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공동 입장 등을 북한에 제안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4년 동안 열심히 준비를 해온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우리 선수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엔트리를 늘리는 방안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히긴 했다. 그러나 출전 선수 22명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존 선수들의 출전 시간과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팀 워크에도 좋잖은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당장 대한아이스협회와 선수들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 협회 관계자는 남북 단일팀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면서 "최소 1년 전이라면 모를까 올림픽을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단일팀을 구성하라는 것은 아이스하키라는 종목을 전혀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선수들도 "우리뿐 아니라 북한 선수들까지 불편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만약 단일팀이 성사되면 총감독은 현재 한국 대표팀 사령탑인 새러 머리 감독이 맡고, 북한 선수 6~8명이 추가될 전망이다. 그러나 손발을 전혀 맞춰보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선수들의 호흡이 맞을지 미지수다. 북한 선수 역시 '억지 춘향'처럼 끌려오는 격이라 현 대표팀에 얼마나 녹아들지 알 수 없다. 자칫 팀에 불화가 생길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평화를 지향하는 올림픽 정신에도 부합된다. 북한의 대회 참가로 얼어붙은 한반도 정세가 풀릴 단초가 마련된다면 평창올림픽의 의미가 그만큼 커진다. 고대 올림픽도 전쟁으로 신음하던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잠시라도 참상을 잊기 위해 탄생했고, 평화의 제전으로 발돋움했다.
IOC의 올림픽 운동의 최종 목표 역시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평화 증진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는 올림픽 헌장에도 명시돼 있다. 평창 대회 개회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공동 입장한다면 IOC의 올림픽 정신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장면이 될 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최초로 난민 선수들이 출전한 것도 인류 평화를 위한 올림픽 정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애초 참가 신청 기한을 넘겨 자격이 없는 북한에 대해 IOC가 와일드카드(특별출전권)를 부여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IOC 헌장 27초6항에는 '국가올림픽위원회는 정치·법·종교·경제적 압력을 비롯한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 상황은 남북 단일팀을 원하는 정부에 체육회와 산하 단체인 아이스하키협회가 압력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해당 종목은 단일팀을 원하지 않고 있으나 이런 상황이라면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북한 선수들을 받아들여야 할 판이다.
여자 아이스하키의 단일팀과 관련한 논의는 오는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IOC 주재 '평창 회의'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북한의 참가와 남북한 공동 입장까지는 IOC의 평화 정신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면이다. 그러나 만약 IOC가 단일팀을 승인한다면 평화올림픽 정신의 구현에 치우친 나머지 도를 넘어 정치성 배제라는 또 다른 정신을 해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인류 평화 증진과 정치로부터의 독립.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에 담긴 역설적인 상황에 대해 IOC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