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부산국제영화제 개입 의혹, 사실로 드러나

다이빙벨 상영 중단 사전 논의 5건 확인…'조사위 조사기간 3개원 연장 결정

송경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간사.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박근혜 정부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외압을 가하는 등 적극 개입했다는 의혹이 문건을 통해 처음 사실로 확인됐다.

11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 합동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조사위)는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이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요구했으며, 서 시장이 이에 대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기재된 문건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희범 전 문체부 차관 작성 문건. ‘김영한 수석 비망록에 언급된 김기춘 비서실장의 문화예술 분야 개입 관련’으로 명시됨.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이동관’으로 오기. (제공 사진)
문건은 김희범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작성한 것이었다. 김 전 차관은 2014년 9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서 시장을 독대했으며, 이 자리에서 부산국제영화제 '다이빙벨' 상영 문제와 이 집행위원장의 인사 조치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조사위는 전했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인사 조치를 직접 요구하고 이 문제에 관여했다는 것은 의혹으로만 존재했다.


그러나 조사위는 "김 전 차관이 작성한 '김영한 수석 비망록에 언급된 김기춘 실장의 문화예술 분야 개입 관련'이라는 문건에는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이 (다이빙벨) 상영 여부, 이용관 영화제 집행위원장 인사조치 등에 대해 서 시장으로부터 책임 있는 답변을 받아낼 것을 주문'했다며, '본인은 부산시 출장 계기 서 시장을 개별 면담하고 서 시장이 정부의 뜻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여 이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적시돼 있다"고 전했다.

또한 '송광용 교문수석은 김종덕 장관으로 하여금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전화할 것을 주문했고, 김 장관이 전화로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고 적시됐다고 했다.

서병수 시장 등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 '다이빙벨' 상영 중단과 영화제에 대한 사후조치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 등과 5차례 논의한 것으로 현재까지 확인됐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조사위는 서 시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 김기춘 실장, 송광용 교문수석의 지시를 받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통화했고 김희범 전 문체부 차관과 독대 등 부산국제영화제 관련해 직접 논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김소영 전 문화체육비서관의 지시를 받은 김희범 전 차관은 서병수 부산시장과의 독대 외에도 부산시 경제부시장과 직접 통화를 통해 '다이빙벨' 상영 중단을 요청한 것도 확인됐다.

아울러 조사위는 당시 신 아무개 문체부 콘텐츠문화산업실장이 김소영 전 문화체육비서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부산시 정무부시장과의 직접통화를 하였고, '다이빙벨' 상영 중단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관심사항이라는 것을 전하고, 이 내용을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보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했다.

이러한 과정 이후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은 '다이빙벨' 상영 철회를 영화제 측에 요청했으나 관철되지 않았고, 영화제가 종료된 후에는 부산시 행정부시장과 시 국장급 간부 등이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만나 사퇴 문제를 거론하는 등 부산시가 전방위적인 압박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다이빙벨' 상영이 끝난 후에도 영화 상영과 관련해 26건의 보고를 당시 문체부로부터 받고 대응을 지시하는 등 관련 사항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 <다이빙벨> 상영 추진경과 (당시 문체부 작성).
진상조사위가 확보한 당시 문체부 자료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 '다이빙벨' 상영 추진경과'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BH 요청사항) 부산국제영화제 다이빙벨 작품 선정 과정, 선정 사유, 상영예매 현황 등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또한 부산국제영화제가 끝난 이후에도 '개봉 전부터 상영예정 극장 및 예매현황 등 일일상황보고'하라고 지시하는 등 '다이빙벨' 상영 문제에 관여했다. 또한 '각종 상영관에서의 상영중단 및 축소대책 마련 강구 보고 및 언론 대상 상영 부당성 보도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럼에도 서 시장은 지난해 10월 24일 국정감사에 출석해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압박'과 '다이빙벨 상영 문제' 등에 대해 정치적 외압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김희범 전 문체부 차관이 작성한 문건 등 입수자료의 내용은 서병수 부산시장의 그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라면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현재 추가조사를 통해 사실을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각종 지원사업의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9인 위원회'가 청와대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라인으로 채워졌으며 이를 통해 블랙리스트 가동을 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2014년 12월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당시 문체부는 영진위원장에 김세훈 교수를 임명했으며, 이후 순차적으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라인 및 박근혜 정부 청와대 추천인사 5~6명이 위원으로 임명됐다.

인디스페이스 독립영화제 관련 동향 (당시 문체부 작성, 2015. 1. 19.)
조사위는 "이들은 자극 가담하여 영화 '자가당착', '다이빙벨' 등 상영 예정이던 인디스페이스 독립영화제 지원을 취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할 영진위위원장 등 당시 문체부 산하 기관장 인사와 관련해 친정부적 성향 여부도 드러났다.

조사위는 "김종덕 전 장관이 임명한 김종국 영진위 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일한 경력의 소유자로 재난영화 '판도라'의 지원배제를 김종덕 전 장관에게 직접 건의하는 등 영진위 9인위원회가 '쟁점 영화', 즉 블랙리스트 영화인과 영화단체에 대한 지원사업 배제를 위한 사실상의 블랙리스트 실행 기구였음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한편 2014년 12월 김세훈 영진위 위원장이 임명되기 3달 전인 9월 11일 위원장에 추천된 모든 인사가 전원 교체된 사실도 확인됐다. 진상조사위는 영진위와 관련한 직권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일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조사위의 조사기간은 3개월 연장됐다. 지난 5일 전원위원회에서 '3개월 연장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진상조사는 4월 말까지 진행된다.

5월부터 7월말까지 3개월간 백서 편찬 작업에 들어간다. 현재 조사위는 148건 중 137건의 신청 및 직권조사를 진행 중이다. 위원회가 분석, 정리한 블랙리스트 검열 및 배제 피해사례는 2670건에 달하며 관련 피해자들의 구제 혹은 피해 사실 확인 요청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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