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내용을 증언했다.
조 전 수석의 증언을 종합하면, 그는 2013년 5월 박 전 대통령의 첫 미국 순방에 국내 10대 기업을 경제사절단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마련했고 CJ그룹을 포함했다.
조 전 수석은 "그런데 '어쨌든 CJ는 좀 안 되겠다'고 부속비서관실을 통해서 이야기가 왔다"고 말했다.
그 배경은 ▲SNL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 ▲영화 '광해' ▲영화 '변호인' 등으로 인해 정부여당이 CJ그룹을 '좌편향적'이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후 조 전 수석은 같은해 7월 4일 경제부총리의 대통령 정례보고 때 배석했고, 박 전 대통령은 보고 직후 조 전 수석만 사무실에 남게 한 뒤 "CJ가 걱정된다. 손경식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서 물러나고 이미경 부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조 전 수석은 바로 다음날 손 회장을 서울 한 호텔에서 만나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했다.
손경식 회장도 이날 오후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 전 수석이 VIP(대통령) 뜻이라고 언급했나'라는 검찰의 질문에 "그런 취지로 말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의 증언을 종합하면, 손 회장은 조 전 수석과 만남 이후 이미경 부회장에게 대화 내용을 전달했다. 이 부회장은 당황해 하며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손 회장은 7월 8일 대한상의 회장에서 사퇴했고, 같은달 말쯤 조 전 수석과 같은날 2차례 전화통화를 하며 이 부회장 사퇴요구를 재확인했다.
이 전화통화에서 손 회장은 '대통령의 뜻이 맞느냐', '직접 지시 받은 것이냐'고 수차례 되물었다.
이에 조 전 수석은 "확실하다. 직접 들었다"며 "너무 늦으면 저희가 난리난다.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쉬라는 데 뭐가 필요하냐. 수사까지 안 갔으면 한다"는 취지로 압박했다.
이후 조 전 수석은 같은해 9월쯤 당시 홍경식 민정수석에게 '대통령의 뜻을 판 사실이 있냐'고 질책 당했다. 손 회장과 통화한 녹취록을 청와대가 입수했기 때문이다.
조 전 수석은 "제가 실수했으니 책임지고 사퇴하겠다"고 말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얼마 뒤 "그냥 가만히 계세요"라고 했다.
한편 손 회장은 기업 경영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명량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 보수적 영화를 배급하고, 창조경제 응원 광고 등도 상영했다.
검찰은 또 이채욱 CJ그룹 부회장이 2014년 12월 16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수석님 부족하지만 미생 마지막회 요청사항 한 장면 삽입했습니다. VIP가 극장에서 홍보 부탁했다는데 어떤 내용인지 아세요?"라고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이어 '드라마 미생의 마지막회 장면과 관련해 넣어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이 있었냐'고 물었지만 손 회장은 "전혀 기억이 없다"고 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