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민주화운동으로 감옥에 갇힌 이부영은, 뜻이 맞는 교도관을 통해 바깥 세상으로 비밀 서신을 내보내면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그는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공권력의 조작 계획을 눈치채고는 이를 외부에 알리고자 안간힘을 쓴다.
김의성이 연기한 이부영은 실존 인물인 이부영 전 의원이다. 김의성은 영화 '1987' 홍보 영상을 통해 현실의 이 전 의원에게 "귀감이 되고 존경스러운 민주 투사셨습니다"라고 경의를 표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딸과 사위 그리고 외손자녀 5명과 '1987' 영화를 봤습니다. 두번쨉니다"라며 영화 감상평을 전했다.
"사위 부부는 그렇다치고 중3에서 초1 아이들 다섯과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그 영화를 보고 설명하기란 제가 요령이 없기도 하려니와 불가능했습니다. 초5 손녀 왈 '할아버지 뭘 잘못해서 감옥갔어요?' '?', 초3 손자 왈 '감옥 안에서 뭘 하고 놀아요?' '?', 초1 손녀 왈 '감옥 안에서 소리지르고 그러면 야단 안 맞아요?' '?'"
그는 "이 아이들에게는 만화영화나 게임영화를 보여줘야지 고문이 어떻고 데모가 어떻고 그런 얘기는 씨도 안 먹힙니다. '경찰 아저씨들이 왜 대학생 형과 누나들을 막 패요?', 이런 시대를 이 아이들이 이해하기는 이미 불가능합니다"라며 "아내와 딸은 눈물 콧물 닦으면서 봅니다. 그 시대의 아픔이 체화된 사람들이라야 공감하고 분노도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전 의원은 "착한 심성을 가진 보통사람들이라면 권력 앞에서는 뒤로 움츠러들었다가도 마지막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면서 일어서는 게 아닐까 합니다"라며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대다수 광주시민들도 그랬을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에서도 소개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애쓴 인물들의 분투를 소개하면서 "감옥에 갇혀서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기를 기다리면서 분초를 세고 있던 심경, 잘못 되어 역추적 당했을 경우에는 어쩔까 했던 심경도 이제 30여년 전 세월 속에 무디어져 갑니다"라고 당시 급박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편지를 전달받아 한치 어긋남 없이 손질한 김정남 동지(영화 '1987'에서는 배우 설경구가 동명 인물을 연기했다), 함세웅 신부님과 김승훈 신부님도 얼마나 5·18광주항쟁 7주년을 맞아 노심초사했을지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라며 "김정남 동지는 수많은 사람들이 톱니바퀴처럼 한치의 어긋남 없이 '진실' 하나를 밝히기 위해 움직인 모습을 '하늘의 오묘한 손길이 닿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썼습니다. 하늘은 정녕 정의의 편이었습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