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 '한국판 인생게임'.
가상 인물인 김영호 씨도 이 게임에서 최고 레벨을 찍은 중년 남성인데요, 그는 어떻게 인생게임의 최고수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의 비법을 살펴보도록 하죠.
레벨 5. 엄마가 어릴 적 영호 씨에게
"뚝 해! 남자는 징징대는 거 아니야!"
"다치지 않게 여자 친구들을 지켜줘야 해요."
레벨 14. 장난치던 친구가 영호 씨에게
"에이, 남자가 이런 거로 삐치냐?"
"공부 열심히 해라. 남자는 능력이 있어야 해."
레벨 20. 대학교 선배가 영호 씨에게
"야, 남자가 무슨 술을 끊어. 얼른 마셔."
"너 아직도 못 해봤냐?"
레벨 22. 군대 선임이 영호 씨에게
"내가 맞다고 하면 맞는 거지."
"네가 못하면 우리가 다 욕먹는 거야."
"짬 차면 다 할 수 있어."
"무슨 소리야. 아무리 그래도 집은 남자가 해가야지."
이처럼 영호 씨는 매 순간 게임에 성실히 임해 왔습니다.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주어진 역할을 착착 해냈죠.
그리고 마침내 레벨 50의 성공한 남성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로 돌아오면 그의 인생이 마냥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회사에서는 '꼰대 상사'나 '개저씨'로 취급받기 일쑤이고, 가정에서는 말이 안 통하는 '꼰대 가장'이 되어버리곤 하죠. 결국 자신이 성공한 줄 알았던 중년 남성에게 찾아온 엔딩은 '게임 오버'. 게임의 규칙대로 살았을 뿐인데, 그는 조금 억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맨박스(MANBOX)'를 아시나요? 남성에게 씌워지는 굴레와 억압은 이런 시스템의 결과물입니다. 남성은 이 시스템의 지배를 받는 동시에 이 시스템을 택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삶을 평가하는 기준이 지금보다 더욱 다양해진다면, 그로 인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진다면 어떨까요? 다른 규칙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