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장 "남북 단일팀? 韓 선수 피해 없도록 할 것"

'우리 선수 피해 없도록'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3일 '평창 조직위 2018년 신년 다짐' 행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북한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평창=노컷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 의사를 밝힌 가운데 남북 단일팀과 북한 응원단 등 관심 사안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과 대한체육회장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은 3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신년다짐 행사' 뒤 인터뷰에서 "북한의 참가 가능성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다"면서 "선수단과 지원단, 예술단까지 북한이 참여할 경우에 대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조선중앙TV에서 방송된 2018년 신년사 육성 연설을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사실상 처음 언급한 것이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2일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한국 정부, 북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면서 "이런 맥락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관한 북한 지도부의 발언을 열린 방식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환영의 뜻을 드러냈다.


'북한 만반의 준비하겠다'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3일 '2018년 신년 다짐' 행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평창=노컷뉴스)
조직위는 북한 선수단의 참가와 관련해 숙소, 교통 등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IOC도 북한에 대해 특별 출전권(와일드 카드)을 통해서 참여를 지원하겠다고 했다"면서 "(조직위의 지원도) 아직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대화를 제의한 만큼 회담을 통해서 구체화하는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9일 남북 회담 결과에 따라 단일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 선수들에게 혹시라도 피해가 갈 경우도 대비하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이날 평창 조직위 신년 다짐 행사에 참석한 뒤 남북 단일팀과 관련해 "단일팀 등 모든 문제들에 대해 예단하는 것은 빠른 감이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만약 북한이 온다면 협의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이 관계를 회복하고 평화 증진과 민족 동질성 회복의 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단일팀과 관련해서는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최 지사는 "북한이 올림픽 참가 자격을 얻은 피겨스케이팅 남녀 페어에서 참가하면 남북한 단일팀을 구성할 수 있다"면서 "피겨 단체전은 남녀 싱글과 남녀 페어, 아이스댄싱 네 종목인데 우리는 남녀 페어가 없어서 북한이 여기 참가해주면 단체팀을 만들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단일팀을 만들 경우 한국 선수가 올림픽 엔트리에서 빠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최 지사의 발언과 달리 한국이 남녀 페어 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 피겨 남녀 페어 김주식(오른쪽부터)-렴대옥은 평창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었지만 참가 의사를 통보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해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당시 모습.(사진=노컷뉴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3일 "한국에도 김규은-감강찬 페어 조가 엄연히 있다"면서 "올림픽 자력 출전권은 없지만 개최국 자격으로 티켓을 추가 확보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여자 아이스하키의 경우도 북한과 합쳐지게 되면 23명 엔트리에서 빠지는 선수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IOC와 논의도 있었지만 잘 협의해서 우리 선수들이 탈락되거나 배제되지 않으면서 단일팀을 만드는 방향을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4년 동안 땀을 흘리며 노력한 선수들이 피해를 받지 않는 길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또 정례적인 남북 체육 교류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2019년 대한체육회 창립 100주년을 맞아 정례적 남북 교류를 하려고 했다"면서 "1920년 당시는 남북 체육회 하나였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스키가 남북 교류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북한에 마식령 스키장이 있고, 우리도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시설과 기술을 상호 교환할 수 있다"면서 "관광도 오가고 우리 매니아들이 마식령에 갈 수 있고 서로 도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키를 통해 정례적으로 대회를 지속적으로 해나가보자는 취지 하에 민족 동질성 회복과 평화 증진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쨌든 이런 논의는 오는 9일 예정된 남북 당국간 회담 결과가 우선이다. 과연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할지, 또 남북 단일팀과 공동 입장 등 달라진 남북 관계가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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